이창용 "시장반응 보고 결정"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속도 역시 한층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종전 0.75~1.00%에서 1.50~1.7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75%)와의 격차는 종전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은 밟은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 처음이다. 시장에선 예상했던 바로 꺾이지 않은 물가 상승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초강수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과 비교해 8.6% 오르며,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연준은 이번 인상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이 매우 높아 빠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며, 7월 FOMC에서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한국 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하면 다음 달 27일 열릴 예정인 FOMC에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0.50~0.75%포인트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불가피하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다 국내 물가상승도 심상치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은의 긴축행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5%대를 돌파했고,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조만간 '6%대 물가'도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도 현재 경제 상황이 "복합적 위기로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하며 무엇보다 '물가안정' 해결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전날 회동에서 "물가에 더욱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 측면의 원가 부담 경감,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네 번(7월·8월·10월·11월)의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75% 수준으로 한은이 네 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2.75% 수준까지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점도표상 미국의 연말 예상 기준금리(3.4%)보다 크게 낮아 한은도 한차례 정도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 단행 여부에 대해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중 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전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는 3~4주 남아서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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