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장관 워싱턴 언급에 일본서 “환영”…관계 개선 실마리 기대
매년 11월 자동 갱신 지소미아, 현재는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
정상회담으로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풀고 관계 정상화 과정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해 화두로 떠올랐다. 박 장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소미아가 한일관계 개선과 함께 가능한 빨리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에서 환영 목소리가 이어졌고, 지소미아가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한국과 미국은 일본을 포함한 3자 안보협력 강화를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7월 1일 일본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서 2019년 8월 22일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현재 ‘종료 유예’ 상태인 한일 간 군사정보협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박 장관의 발언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유화 제스처로 읽혔기 때문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은 협정을 체결한 국가간 군사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사안별로 엄밀한 검토를 거쳐서 동일한 수준의 비밀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한국은 현재 일본을 포함해서 34개국 또 국제기구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이 약정을 맺고 있다. 대개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약정은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으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기한 만료 90일 전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2006년 시작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한일 지소미아는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이 공식 제안해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서명식 1시간 전에 전격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한일 지소미아는 박근혜정부인 2016년 11월 23일 협정이 체결됐다. 일본은 위성과 이지스함, 지상레이더,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한국은 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 감청 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

   
▲ 한일관계 냉각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한일 지소미아는 체결 2년만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일본이 수출규제 보복 조치로 인해 종료 수순을 밟았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한일 간 기본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고, 정부도 이 때문에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이 상실됐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이 뒤늦게나마 개입하면서 문재인정부는 2019년 11월 22일 한일 지소미아 협정 종료통보 효력정지를 결정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일 지소미아 체결 때부터 쉽지 않았던데다가 지금 ‘종료 유예’ 상황을 맞기까지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지소미아 정상화’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양국간 정상회담이 2년 반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정상뿐 아니라 고위급회담으로 한일 간 해묵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지소미아 정상화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일 지소미아는 지리적 이유로 우리나라보다 북한의 저고도 미사일 등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이 약한 일본에게 더 긴요한 것이므로 한국정부로서는 국민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윤석열정부 외교 수장의 ‘지소미아 정상화’ 발언은 단순히 한일 지소미아뿐 아니라 한일 간 과거사 문제부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우리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물밑 논의를 포함한 한일 간 대화가 긴밀하고 빈번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외교부의 ‘지소미아 정상화’에 대한 공식 입장도 미세하게 달라졌다. 

처음 외교부는 ‘지소미아 정상화’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지소미아 등 한미일 안보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외교부는 “한일 지소미아 문제는 한일 간 여타 현안과 더불어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결국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해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는 지소미아에 국한하는 단편적인 해결책이 되어선 안되고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