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한국과 미국의 연말 금리 같게 반영...연준의 속도와 강도 모두 따라할 순 없어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대폭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자, 한-미 금리차 확대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이른바 '빅 스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한은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강도를 모두 따라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어서, 어디까지 쫓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연준은 공격적 유동성 공급이 자산시장 버블 및 고물가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 승리를 위해서는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 돈 풀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바이러스가 아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선 연준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도 불구, 6월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7월에도 0.7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행보를 지속할 전망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따라 한은도 7월에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8월에도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 연말에는 연 2.5%로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의 특성 상,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우리 기준금리의 터미널 레이트를 오히려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몸살'이 오는데, 이는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둔화가 우리 경기에 가장 큰 하방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긴축은 그 자체로 한국 경기와 수요 측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현재 선도 금리 시장과 유로-달러 선물 시장은 한국과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반영 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도 물가와의 전시 상황임은 인정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정 NH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속도와 강도를 모두 따라할 수는 없다"면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을 고려하면, 하반기 우리 수출 증가율이 비대칭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및 주요 선진국의 긴축이 국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은 현재 시장 예상보다 다소 낮아야 한다"며 "7월 0.50%포인트, 8월 0.25%포인트 인상 후 연 2.50%에서 '금리 인상 휴지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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