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전 소식에 직원 40여명 이탈…경쟁력 손실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1일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내정 후 2주만에 공식 취임식을 가지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노조원들이 출근하려는 강 회장을 저지하기 위해 정문 앞에서 눕기까지 했지만, 강 회장이 이들을 가로질러 갔다는 후문이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1일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공식 취임식을 가지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노조원들이 출근하려는 강 회장을 저지하기 위해 정문 앞에서 눕기까지 했지만, 강 회장이 이들을 가로질러 갔다는 후문이다./사진=금융노조 산은지부 제공


이날 금융노조 산은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강석훈 회장 내정자가 결국 집회 시간을 피해 직원들을 밟고 넘어 출근을 강행했다"며 "공공기관 낙하산 저지투쟁 역사에 볼 수 없었던 미증유의 사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무서워 직원들을 피해 들어온 낙하산을 어떤 직원이 회장으로 인정하고 따르겠는가"라며 "회장으로서 경영은 어떻게 하고, 그렇게 무서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는 어떻게 하고, 더 무서운 노조와 임단협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산은 본점의 부산이전 가시화에 따른 직원들의 대규모 이탈, 대내외 경제 악화 등을 강조하며, 강 회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대규모 인력 이탈 기사가 연일 포털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 유가가 요동치고, 미국과 한국의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이미 경제 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이를 방어할 산업은행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간 이직 숫자에 가까운 40여명의 직원들이 이미 이직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의 동요와 줄 퇴사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위기를 막아낼 방패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반 년째 외쳐왔던 산은 부산이전 반대 사유 7가지 중 하나인 '핵심인력 이탈로 인한 경쟁력 훼손'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내부에서 '본점 부산 이전'이 초유의 관심사인 만큼,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식물 회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노조는 "강 회장이 산은을 제대로 이끌고 지휘해 국가경제에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낼 것이라 기대하는 직원은, 단언컨데, 단 한 사람도 없다"며 "나의 삶을 파괴할 적인 회장을 믿고 따를 사람 역시 단 한 사람도 없다. 인사권, 예산권을 휘두를 수는 있겠지만 산은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속에서 산은이 해결해야 할 기업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을 고려해 출근을 결심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 "7일 산은 회장으로 임명되고 2주가 지난 시점에서,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와 산업은행, 그리고 산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근했다"고 밝혔다. 

본점의 부산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본점이전 등 현안사항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면서 여기서 모인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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