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4일 김창룡 용퇴론에 "임기 한 달 남았는데 중요한가" 일축
경찰청, '대통령실 협의 후 결재 지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침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뭐 임기가 이제 한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합니까?"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가 김창룡 청장에 대한 자진사퇴나 경질 압박을 염두에 두었나 묻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짧게 답변한 내용이다.

임기가 한달 남은 임명직 경찰청장과 한달전 취임한 윤 대통령과의 간극을 그대로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전날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재가 전 치안감 인사를 발표한 경찰을 두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못 박자, 경찰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경찰 일각에서는 "전정권에서 임명했던 마지막 책임자인 김창룡 청장이 책임을 지고 용퇴해야 한다"는 책임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번 인사 논란은 사실관계 규명이나 책임 소재를 떠나, 정권을 빼앗긴 전 정권의 수사 방해 '못 박기'라는 배경이 전제로 깔려 있다.

   
▲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임기 한달 남은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좌)대통령실, (우)경찰청 제공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다수당 지위를 십분 활용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했고, 74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채 바꾸어버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일치단결하여 통과시킨 '검수완박'을 통해 현 대한민국 경찰은 중국 공안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거머쥔 공룡경찰이 되었다는 평가가 크다.

거의 모든 범죄 혐의를 판단할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의 고삐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 전체가 결정되는 격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하고 즉각 인사권을 발동하여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김 청장은 문 전 대통령이 중용한 대표적 친문 인사로, 임기가 한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별로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래서 이번 경찰 인사 논란을 해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이번 해프닝을 고의적으로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김 청장측의 득실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종안과 다른 인사가 발표되는게 말이 되느냐"며 "과정에 대해서는 일단 경찰 쪽에서 먼저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사실관계 파악을 마쳤다"며 "행안부 진상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언급했다. 행안부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대통령실과 논의한 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3일 "대통령실 결재도 안 된 상태에서 기안 단계를 (경찰측) 인사담당자가 확인하지 않고 내부 공지해 버려 문제가 됐다"며 "(행안부) 치안정책관은 (경찰청에 인사안을 보내며 대통령 인사비서관실에) 확인하라고 했다, 특별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대통령 인사비서관실과 협의해 초안을 수정한 후 결재를 올리라는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행안부측 지적에 침묵하고 있다.

다만 경찰측은 이달 초 있었던 치안정감 보직 인사의 경우도 내정자 발표가 먼저 있었고 이틀 후 최종 결재와 발령이 이루어졌다면서 대통령 결재 전 발표가 관행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3일 출근길에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면서 경찰국의 당위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청장 임기는 7월 23일까지다. 지난 23일 퇴근길에 기자들 질문이 빗발치자 "청장이 해야 할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김 청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직접 내놓은 윤 대통령의 향후 결정 또한 관심이 쏠린다. 취임 후 국정 운영과 관련해 '국기문란'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언급한 것도 최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