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및 사내·고객사·협력사 소통, 줌 등으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
'디지털 트윈' 전략 부재…물류 현장 재해율 저감 등에 활용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물류 산업 리더로서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지는 우리 산업에 친근한 이미지를 입히고, 대중과 미래 세대를 연결시켜준다는 점에 착안해 '로지테인먼트'를 기획했습니다. 제페토 내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는 그 고민의 산물입니다."

   
▲ 산업부 박규빈 기자
지난달 28일, 조현민 ㈜한진 사장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출입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자사 사이버 홍보관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에 차렸다는 이야기다.

조 사장은 현장에서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신입 사원 면접이나 사내 커뮤니케이션, 고객사·협력사와의 비즈니스 미팅 등에도 활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인 조 사장이 메타버스의 가치와 이를 포함한 디지털 전략에 대해 정말로 심사숙고해봤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엔데믹 기조인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벗어나 외부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메타버스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 이용자들이 접속을 하지 않는데 특정 기업의 메타버스를 둘러본다는 건 더욱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조 사장이 언급한 메타버스 활용 업무 계획도 모두 오피스 소프트웨어계의 탑 티어를 달리는 구글 지 스위트(G Suite), 줌(Zoom)이나 하이웍스 등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오히려 기능이 더욱 풍부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이 청사진을 내보인 로지버스 아일랜드는 3D 큐빅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소통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 ㈜한진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성한 '로지버스 아일랜드'./사진=㈜한진 제공

기본적으로 메타버스의 본질은 즐겁게 소통하는데에 있는 만큼 게임에 최적화 돼있는 플랫폼이고, 이 외의 영역에서는 성공 사례가 없다. 메타버스의 특징은 가상 공간 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아바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진을 포함한 물류 기업들은 운송장 번호나 간선 상·하차, 입·출고 등 배송 정보를 텍스트로 보여줄 따름이다. 메타버스의 특성을 물류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사이버 세계로 구현해 각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 물건이 어느 물류 창고에 보관돼 있고, 배송 차량에 실리는 과정은 어떠한지 등을 아바타의 움직임에 따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조 사장은 ESG에 신경을 써 한진그룹 계열사들과 본인 이미지 쇄신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넘어 '산업형 가상 현실 트렌드'를 반영한 '디지털 트윈'까지 반드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공장 또는 설비를 가상 세계에 그대로 미러링을 해주는 IT 기술이다.

언리얼엔진이나 유니티엔진 등에 기반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서는 실사 수준의 그래픽을 그려낼 수 있고, 시뮬레이션도 구동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산업 재해를 예방하고,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통해 인적·물적 자원 손실을 줄여 현장 관리 효율을 제고하고, ESG 핵심인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윈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IT 기술을 활용해 ㈜한진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만큼 조현민 사장이 마케팅 능력을 외적인 부분만이 아닌, ㈜한진의 본질적 역량 강화에 대해 활용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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