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인상·경기침체시 예상보다 악화, 자산건전성 저하 심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가파른 금리상승, 가산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향후 추가 금리상승으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은행들이 꾸준히 적립 중인 대손충당금을 놓고 볼 때 현 시점에선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30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펴낸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캐피탈·저축은행업권 자산건전성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가 2020년 3분기부터 상승하면서 지난해 8월 26일부터 기준금리도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이 여파로 은행업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 은행권이 가파른 금리상승, 가산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향후 추가 금리상승으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NPL은 은행이 보유한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자산건전성에 따라 고정 이하(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부실채권의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기평은 NPL 하락세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등에 대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등 지원정책 △금융기관 규제 유연화 정책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대규모 금리상승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에 얼마나 부담이 될까. 한기평이 지난해 말 은행권 총여신(1490조원)에 가상의 기준금리로 시계열 분석을 한 결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규모는 조단위로 나타났다. 

한기평은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익창출 규모와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할 때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우선 올 연말 기준금리가 2.75%로 현재보다 1.00%포인트(p) 인상될 것을 가정해 시계열 분석을 하면, NPL은 1.31%로 집계됐다. 이 경우 은행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는 6조 1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 자기자본의 4.4%,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의 45.7% 수준이다.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액을 반영하면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0.5% 대비 0.2%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가 2.00%p 인상된 3.75%를 기록할 경우 NPL은 2.19%로 나왔으며, 대손충당금으로 11조 2000억원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8.0%,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의 83.8%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다.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액을 반영하면 ROA는 지난해 0.5%에서 0.4%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건이 가혹한 두 번째 시나리오를 놓고 보면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다만 은행들의 이익창출력을 고려할 때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한기평의 판단이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면 한기평의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는 더 악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경기가 빠르게 침체하고, 금융시장의 불활실성도 확대되는 까닭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한 번에 금리를 0.75%p 인상한 '자이언트 스텝'이 연준에서 또다시 논의되고 있다. 

한기평은 "시나리오 분석 결과 보다 자산건전성 저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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