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방역사령부 발표 “강원도 야산 색다른 물건과 접촉”
전문가 “북 지도부 책임을 남에 전가…비난 공세 확산 우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논쟁 재점화에 따른 북한식 대응법”
“통전부장 임명 리선권의 첫 작품? 남북 합의 파기 우려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일 사실상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19가 유입됐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다목적 포석을 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고 그 시신을 소각한 만행에 ‘명분 쌓기’ 대응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코로나19 유입경로 조사결과를 밝혔다며 4월 초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서 군인 1명과 유치원생 1명이 주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했고, 이들이 평양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악성 바이러스가 전파돼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물체 표면에 잔존하는 바이러스를 통한 코로나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전문 기관의 공통된 견해이다. 따라서 북한이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책임전가 및 대북전단에 대한 내부통제를 위해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번 북한의 발표는 새로 임명된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의 첫 작품이라는 관측과 함께 최근 남한에서 다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논쟁이 재점화된 것과 관련해 ‘시신 소각’ 비난에 대한 북한식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코로나 정국을 관리하는 동시에 정세에 따른 남북관계 및 분단을 활용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방식이 드러났다”면서 “의료적 사태를 남북 간 정치 문제로 전환시켜 지도자 책임론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북한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을 언급했을 뿐 ‘대북전단’이나 ‘남한’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대북전단을 빌미로 삼았다는 점에서 향후 대남 비난전을 예상하는 전망도 있다. 

   
▲ 북한 노동신문이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가 21~23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2.6.24.사진=뉴스1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리선권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임명 이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그의 개입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에도 이것을 빌미로 남북 간 합의를 파기하거나 남한에 대해 공세적인 비난 담화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앙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코로나 확산에 대해 남측에 책임전가를 결정했다면 조만간 정치국회의를 거쳐서 ‘김여정 담화’를 시작으로 통전부, 방역사령부, 군부 등의 몰아치기 식 담화전이 예상된다”며 “몇해가 지나도록 코로나 기원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의 이번 주장도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 유입경로로 중국을 지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남측 접경지역을 유입경로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색다른 물건’에 대해 전 인민적인 감시 및 신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볼 때 대북전단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건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없는 것과 북한의 발표 내용과 전단 살포 시기가 다른 점 등을 들어 “전단 등을 통해 북측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측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북측이 최초 접촉 시기로 언급한 4월 초보다 늦은 4월 25일과 4월 26일”이라면서 “또한 물체의 표면에 잔존한 바이러스를 통한 코로나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 및 전문가, WHO 등 국제기구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말했다.

한편, 차 대변인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해당 단체가 북한주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관련 노력을 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서도 “정부가 남북당국간 방역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어떤 방식이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여러차례 한 바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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