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청 설립 전에 관계 부처들끼리 교통 정리 해야"
"항우연, 국제 협력·조약 체결 기능 미약…우주청 필요해"
"항공 정책-안전·기술 기능 분리, 별도 항공청 조직 대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우선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항공청'과 '우주청'을 두고 나중에는 '항공우주부'를 신설해 국방부와 긴밀하게 협의토록 해야 합니다."

'항공우주청' 신설은 윤석열 정부의 과학 기술 공약 중 하나였고, 대전과 저울질을 한 끝에 정부는 경남 사천으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지역 간 갈등이 극심했고, 또한 명칭을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청취하고자 지난달 14일, 본지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서울지방항공청장을 역임한 신동춘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신동춘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이 본지 인터뷰에 화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신동춘 학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 아래 항공우주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는데, 정부 직제에 따라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현재 항공 분야 주무 부처는 국토부지만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는 게 현실이다. 영단어 'aeronautics'는 우리말로 '항공학' 내지는 '항공술'을 의미해 민간 항공 일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용어의 성격을 지닌다. 한편 'aerospace'는 제조 중심의 항공우주산업 개념이 강하다.

신 학회장은 "현재 논의 중인 항공우주청은 기체 제조와 우주 기능을 합쳐 과기정통부 산하에 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를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 기능을 이관하는데에 동의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제상의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며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기 전에 관계 부처들이 서로 합의해서 기능 조정을 하는 게 선행 과제"라고 꼬집었다.

당초 우주청 설립 이야기는 관련 조직과 기능이 과기정통부·산업부·국방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대두됐고, 2007년 이후 재차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 선진국으로의 로드맵이 마련됐고,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개발 관리 소요가 생겨났다.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돼 상공으로 가고 있다./사진=공동 취재단

현재 과기정통부 제1차관 아래에는 연구개발정책실이 존재하며, 여기에는 거대공공연구정책관과 9명으로 이뤄진 우주기술과가 있다. 그러나 거대공공연구정책과는 우주를 전담하는 부서는 아니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신 학회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우주 연구·개발(R&D)을 맡아왔지만 국제 협력이나 조약 체결 기능이 미약하다"며 "청급 우주 전담 기관을 신설해 관련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토부는 항공우주 시대를 대비해 한국형 항공 위성 서비스(KASS)와 발사 허가·안전 및 민간 상업용 우주 관광 사업 규제 등 우주 기능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항공 위성 1호기를 발사하는 등 정부 주도의 우주 운송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27년에는 항공 위성을 최대 2기 더 띄우고 민간 상업 우주 운송을 국내 최초 개시한다는 게 국토부 방침이다. 2028년부터 2035년 사이에는 항공 위성을 5기까지 발사하고, 본격 민간 상업 우주 운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항공청은 우주청보다 앞선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신설론이 대두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 연방 항공청(FAA)가 한국 항공 안전 수준을 2등급으로 강등하면서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작은 정부를 표방했기 때문에 그해 9월 건설교통부에 항공안전본부로 축소됐고, 이후 2009년 국토해양부로 개편하며 12개 부서를 통폐합해 항공정책실이 탄생했다.

신 학회장은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미국 항공 안전 규제 외청인 FAA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연방 교통부(DOT)와 마찬가지로 현재 정책을 포함한 모든 항공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항공 정책과 안전·기술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항공청을 조직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실제 ICAO 36개 이사국 중 대부분은 정부 조직 상 별도의 항공국 내지는 항공청(civil aviation authorities)을 두고 있다. 전문 인력과 인사 독립성, 감항성 등 안전과 기술에 관한 문제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함이라서다.

한 예로 FAA는 비행체 사용에 내재된 위험 때문에 △항공기 감항성 △항공기·엔진·항공 장비·지상 기반 장비 설계 △각종 항공 장비 제조·테스트 조건 △유지·보수·운용(MRO) △조종사·항공 교통 관제사·비행 디스패처·유지 보수 엔지니어 면허 관리 △공항·내비게이션 보조 장치 면허 관리 △항공 교통 관제 표준 등을 관할한다.

신 학회장은 "사고 조사나 감항성 인증과 같은 건 철저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고, 민간 항공의 핵심 문제는 '안전'"이라며 "진짜 선진국이라면 직제 개편을 위한 직제는 지양해야 하며, 공무원들이 장기판의 졸처럼 자리를 옮겨야 하는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항공우주 분야는 통합 관리를 하는 게 대세인 만큼 우선은 우주청과 항공청을 각각 과기정통부와 국토부 외청으로 둬야 한다"며 "향후 장관급 기관인 '항공우주부'를 신설해 기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한데 모아 국방부·공군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