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 안 되는 사업 접고 되는 사업에 과감히 집중
LG·SK 각각 LCD, 필름 사업 철수…한화, 방산 통합해 경쟁력↑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하반기 업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주요 그룹 총수들이 사업을 재편하며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성장성이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일찍이 ‘선택과 집중’을 꾀했던 구광모 LG 회장은 최근 LCD 사업을 줄여가기로 결단했고, 최태원 SK 회장은 성장이 멈춘 필름 사업을 매각하고 반도체 등 미래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화는 일부 사업을 합치는 등 전 사업 부문 개편에 나섰다.

   
▲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6월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제공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축소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며 하반기 업황 둔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을 접고 OLED 사업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 측면에서 열위인 LCD 사업은 향후 경쟁력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 공장 LCD 라인은 IT와 상업용 패널을 중심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구광모 회장의 전략 하에 이루어진 계획으로 풀이된다. 앞서 LG전자도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뗀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SK 회장도 이익 기여도가 낮은 필름 사업을 접고 2차 전지, 반도체, 친환경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C는 지난 6월 필름사업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SKC미래소재(가칭)를 설립하고, 분할 회사 지분 100%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필름사업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성장성이 크지 않아 오래 전부터 매각 대상으로 검토돼 왔다. 

반면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모습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도 계열사 전반을 인수‧합병하며 새판 짜기의 서막을 올렸다. 한화의 이번 개편안은 총수의 결정이라기보단 계열사의 제안에서 출발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다만 총수의 승인 하에 인수·합병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는 최근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2030년까지 ‘글로벌 디펜스 톱10’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또 ㈜한화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해 소재·장비 및 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전문화하고, 한화임팩트는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이 총수들의 역할이고 강점”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시장에서 분투하는 기업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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