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부총재 건재 속 모테기 간사장, ‘자민당 4역’ 중 유일 유임
'아베파' 후쿠다 총무회장 배제…마쓰노 관방·하기우다 정조회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각료 19명 가운데 14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달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한달만에 내각과 자민당 인사까지 단행한 것으로 당초 예상보다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최근 자민당 정권과 통일교 간 커넥션이 드러나면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기시다 총리는 이번 개각을 통해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을 포함한 통일교와 관계를 인정한 6명의 각료를 대거 교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교 관련 인물 배제라는 칼을 휘두르면서도 아베파를 포함해 자민당 내 각 파벌간 균형을 맞춘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가 없는 아베파 내부 혼란을 이용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분석했다.
 
이번에 기시다 총리는 각료 19명 가운데 아베파(소속 의원 97명)와 아소파(50명)에서 각 4명, 모테기파(54명)과 기시다파(43명)에서 각 3명, 니카이파에서 2명, 무파벌에서 2명, 연립정권인 공명당에서 1명을 발탁했다.
 
   
▲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맨 왼쪽)가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 옌슨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2.6.29./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호사카 교수는 “이번 개각은 표면적으로는 수장이 없는 아베파를 배려해 파벌 규모와 비례해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은 기시다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재가 결탁해 아베파 내부의 암투를 이용한 개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재직을 3번씩 연임하기 위해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던 아베 전 총리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아베파 안에서는 현재 6~7명 정도가 회장직을 놓고 암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혼란을 겪고 있는 아베파에서 이번에 등용된 인물은 기시다 총리나 아소 부총재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아베파의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유임됐다. 반면 아베파 소속으로 자민당 총무회장이던 후쿠다 타츠오 국회의원의 경우 이번 인사에서 배제됐다. 그는 조부 후쿠다 다케오와 부친 후쿠다 야스오가 모두 총리와 파벌 회장을 지낸 명문가 출신으로 차기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었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인사 이전에 아베파 내부에서 후쿠다 타츠오만은 발탁하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 일본언론을 통해서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면서 “이번에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이 자민당 정조회장에 임명됐고,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이 경제안보담당상으로 발탁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기우다 정조회장은 아베파 출신이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무파벌이지만 아베 전 총리가 지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지지했던 인물이다. 다카이치의 경우 아베파에서 거부해서 무파벌로 남아 있지만 재야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이런 이유로 기시다 총리가 입각시켰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와 자민당 총재선거 때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던 고노 다로 자민당 홍보본부장(아소파)이 디지털담당상으로 재입각한 것도 눈길을 끈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4역 중 3명을 교체했다. 우선 아소 다로(아소파) 자민당 부총재와 다카기 쓰요시(아베파) 국회대책위원장이 유임됐고, 모테기 도시미쓰(모테기파) 자민당 간사장이 자민당 4역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 밖에 자민당 간부는 총무회장에 엔도 도시아키(다니카기그룹) 전 선거대책위원장, 정조회장에 하기우다(아베파) 경제산업상, 선거대책위원장에 모리야마 히로시(모링마파) 전 국회대책위원장으로 교체됐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기시다 2기 내각을 보면 기시다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손을 맞잡고 새롭고 거대한 고치회 재건 구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일본에서 보수 본류로 통하는 고치회 출신이다. 온건 파벌인 고치회 출신의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와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호사카 교수는 “고치회 출신 정치인들은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요시다 독트린’을 계승해 경제대국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일본에서 2000년 초까지는 경제부흥에 집중한다는 ‘요시다 독트린’이 기본 국가방침이었으나 이후 2006년 ‘아베 1차 내각’이 시작돼 2020년 아베 전 총리의 사임까지 개헌을 통한 군사부흥을 목표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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