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계의 영원한 격언이 있다.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 리그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투수들은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리그 40주년 기념으로 선정한 '레전드' 40인 가운데 소속팀의 에이스 선발투수로 큰 족적을 남긴 4명의 명투수를 15일 발표했다. 현역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눈부신 기록을 남긴 이강철(9위), 정민철(13위), 정민태(18위), 조계현(26위)이 그 주인공들이다.

   
▲ 사진=KBO


전설의 언더핸드 투수 이강철은 선수 시절 '핵잠수함'으로 불렸다. 데뷔 첫해였던 1989시즌부터 10승과 100탈삼진을 모두 넘어서면서 처음부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이강철은 1998시즌까지 10시즌 동안 매 시즌 10승과 100탈삼진 이상을 기록, KBO 리그 역대 최다인 10시즌 연속 10승 및 세 자릿수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아이언맨'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줬던 것.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군림한 이강철은 큰 무대에서도 강했다. 1996시즌 한국시리즈에서 현대를 상대로 총 6차전까지 갔던 명승부 중 무려 5경기에 등판했다. 최고의 무대에서 완봉승 1번을 포함한 2승 1세이브를 올렸고 16이닝 13탈삼진 평균자책점 0.56이라는 화려한 기록으로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이강철은 2005시즌까지 16년간 총 한국시리즈 5번 우승, KBO 리그 통산 승리 4위(152승), 투구이닝 3위(2204⅔이닝), 탈삼진 3위(1751탈삼진) 등 굵직한 기록을 남기고 마운드를 떠났다. 이강철은 전문가 투표 141표(72.31점), 팬 투표에서 446,940표(8.18점)를 획득해 총 점수 80.49점으로 레전드 9위로 선정됐다.

'이글스의 영원한 에이스' 정민철은 KBO 리그의 '황금세대'로 꼽히는 92학번(또는 입단) 스타들 중 한 명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고졸 신인으로 빙그레에 입단한 1992시즌부터 33경기에 등판해 완투 11회, 완봉 3회를 포함, 14승 4패 7세이브 145탈삼진의 출중한 성적으로 롯데 고졸 신인 염종석과 경쟁했다.

정민철은 완투형 투수였다. KBO 리그 역대 2번째로 많은 20번의 완봉승과 49완투승(공동 6위)을 기록했다. 매 경기 많은 이닝을 책임졌던 정민철은 통산 2394⅔이닝 투구로 이 부문 역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정민철은 데뷔 첫해부터 6번째 시즌이었던 1997시즌까지 매 시즌 13승 이상씩을 쌓아 올리며 같은 해 KBO 리그 역대 최연소 100승(27세 3개월 2일)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1992시즌부터 1999시즌까지 8시즌 연속 10승 기록을 이어가며 고졸 신인 데뷔 이후 최다 연속 시즌 10승 이상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정민철은 통산 161승으로 최다 승리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정민철은 전문가 투표 135표(69.23점), 팬 투표 314,531표(5.76점)로 합산 74.99점으로 13위에 올랐다.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이자 92학번 황금세대의 또 다른 주역 정민태도 레전드로 선정됐다. 대학시절부터 명성을 떨친 에이스답게 정민태는 규정이닝을 채운 1994시즌부터 재능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1996시즌부터 2000시즌까지는 무려 5시즌 연속 2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해당 기록은 KBO 리그 역사상 최동원(롯데)과 정민태 둘만이 달성한 대단한 기록이다.

정민태가 달성한 또 하나의 유일무이한 기록은 KBO 리그 역대 선발 최다 연승 기록이다. 정민태는 2000년 7월 30일 수원 두산 경기부터 2003년 8월 31일 수원 두산 DH 2차전까지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패배 없이 선발로만 21연승을 이어가며 '불패'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정민태는 현대 왕조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며 총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투수 개인 부문에서도 시즌 승리 1위(1999, 2000, 2003년), 승률 1위(2003년), 골든글러브 투수상(1998, 1999, 2003년), 한국시리즈 MVP(1998, 2003년) 등 화려한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정민철과 정민태 두 레전드는 나란히 KBO 리그에서 정점을 찍고 일본 무대로 진출해 요미우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민태는 전문가 투표 112표(57.44점), 팬 투표 558,914표(10.23점)로 총점 67.67점을 얻어 18위에 올랐다.

조계현은 데뷔 초기 '싸움닭'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물러서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를 했지만, 이후 '팔색조'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능숙하게 던지는 최고의 기교파 모습을 보이며 KBO 리그를 호령했다. 조계현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1994시즌으로, 18승을 거둬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으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번의 완투를 기록하는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타자와의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조계현은 개인 통산 20완봉, 64완투로 각각 역대 4위, 공동 8위에 위치해 있다. 또한 1993년 8월 29일 광주 쌍방울전에서는 9이닝 10탈삼진 완투승을 거두며 KBO 리그에서 지금까지 23번밖에 달성되지 않은 매회 탈삼진 진기록도 세운 바 있다.

조계현은 이번에 함께 레전드로 발표된 이강철과 함께 전성기 해태 왕조의 선발 한 축을 담당했고, 선수 생활 마지막 해에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계현은 전문가 투표 102표(52.31점), 팬 투표 342,254표(6.27점), 합산 58.57점으로 26위에 자리했다.

   
▲ 표=KBO


조계현에 대한 레전드 시상은 오는 8월 19일(금) 광주에서 열리는 NC와 KIA 경기에서, 현역 KT 감독을 맡고 있는 이강철의 시상은 20일(토) 수원에서 열리는 KIA와 KT의 수원 경기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정민철과 정민태에 대한 시상 일정은 미정이다.

2022 KBO 리그 올스타전에서 최다득표 4명의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4명씩 발표되고 있는 KBO 레전드 40인은 이번 주까지 총 20명의 주인공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5주 동안 나머지 20명의 레전드가 연이어 팬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며, 오는 22일(월)에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오랜 기간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모범이 되었던 레전드 4명이 공개된다.

레전드 40인의 특별한 스토리는 KBO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포츠의 KBO 40주년 특집 페이지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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