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생산량 400kg... 수입 건초 대비 54% 비용 절감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사료가격이 급등에 ‘풀사료’ 역시 국내 자급률이 높지 않아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축산과학원(이하 축과원)이 대안을 제시했다.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을 통해 수입 건초 대비 약 54% 비용을 절감해 건초를 손쉽게 생산한다는 것이다. 

   
▲ 풀사료를 먹고 있는 한우./사진=국립축산과학원


박범영 축과원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내산 풀사료 생산 이용 확대를 목적으로 한 이번 건초생산 시스템은 시간당 생산량 400㎏로 높은 생산량과 함께 농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편리성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풀사료는 한우, 젖소, 말 등 반추가축, 되새김가축에 중요한 사료로 수분 함량이 60% 전후인 사일리지와 수분 함량이 40% 내외인 헤일리지, 그리고 수분 함량이 15% 내외인 건초로 나눌 수 있다. 

건초는 수분 함량이 낮고 가벼워서 보관과 이동 그리고 가축 급여에 편리한 점으로 축산 농가에서 선호하는 풀사료 종류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한우 젖소의 사육 마릿수는 2017년도 342만9000두에서 지난해 390만두로 약 56만여 두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풀사료 소요량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약 1.6%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 기준 풀사료 소요량은 약 522만톤이며, 국내에서 생산해서 보급되는 양이 약 431만톤으로 자급률은 82.7% 정도 가량이다. 

그러나 실상 이러한 높은 자급률 수치 안에는 쌀을 수확하고 남은 볏집 부분이 상당히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볏집을 제외하고 나면 한 59% 정도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부족한 양인 약 90만톤을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산 풀사료 생산은 대부분 겨울철 논에서 재배해 5월에 수확하고 있다. 자연 조건에서 건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맑은 날이 4일이 소요되는데, 우리나라 날씨는 수확기인 5월에 봄비가 잦은 특징이 있어 건초 생산에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5월에 전국 유인관측소의 자료를 보면 평균 가뭄 일수는 16일로, 2일에 1번 비가 내린 셈이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4일 이상 맑은 날은 한 번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볏짚을 제외하고 생산되는 풀사료 생산 비율은 25.3%에 불과한 것이다. 

박 원장은 “수분 함량이 높은 풀사료는 포장 단위 1개당 평균 500㎏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운반과 가축 급여에 어려움이 많고, 제조시기와 방법에 따라 수분함량이 균일하지 않아 축산농가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며 “수분함량이 높은 풀사료의 국내 생산 한계성을 고려해 열풍을 이용한 건초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 경주의 열풍이용건초생산시스템./사진=축과원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은 50% 내외의 수분함량을 가진 풀을 투입한 후 절단하고, 컨베이어 상태에서 건조하게 된다. 15% 전후로 건조된 풀을 농가가 이용하기 편리할 정도의 양인 10~15㎏로 포장된다. 

열풍 이용 건초생산 시스템으로 나온 건초의 가격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건초 1㎏ 당 257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고가로 가장 많이 수입되고 있는 사료인 티머시 기준에서는 농가 공급가격이 773원 가량이다. 이는 현재보다 약 54%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풍을 이용한 건초생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박 원장은 “시험에서는 부탄(LPG)를 열원으로 사용했지만, 지역 여건에 따라서 전기 및 목재 펠릿, 우분고체 연료 등 폐열을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생산비는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과원은 지난 6월부터 생산현장에서 사용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운용상의 문제점과 사용자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현재 현장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농식품부의 풀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과 연계해 풀사료 생산 경영체와 유통센터 등에 보급하기 위한 내년도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