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수요 둔화로 기업 재고 자산 늘어
기업들, 생산라인 가동률 조정 등 재고 관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로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창고에 재고가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는 필요하지만, 재고 자산이 계속 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9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재고 자산이 지난해 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조정하는 등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 생산라인 /사진=LG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재고자산 총액이 52조92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7078억 원(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문 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30.7%,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들 담당하는 DX부문이 21.3%, 디스플레이 부문이 21.8% 증가하는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물량이 늘어났다.

이에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SK하이닉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총 11조8787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3.2% 증가했다.

재고 관리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열고 충북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설 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전자도 세탁기·냉장고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와 TV사업부, 전장사업부 등 주요 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작년 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TV용 패널 사업을 하는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41.0% 증가한 4조7225억 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재고 관리를 위해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에어컨(129%→108%)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2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지난 1분기 100% 가동률을 보였던 LG디스플레이 구미 디스플레이 생산라인도 2분기에 9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재고가 늘어난 것은 대내외 경제 상황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축적했는데, 수요 부진이 맞물린 탓에 악순환이 온 것이다.

때문에 재고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게 되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재고는 필요한 게 일반적이지만, 재고가 계속해서 늘게 되면 관리 비용이 커지게 되고 그것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재고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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