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인상, 중금리대출 확대에도 부동산·신용대출 금리 인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올해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신고했음에도 대손충당금 확대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울상이다. 기준금리가 연이어 오르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의 과제 중 하나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서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두 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과 케뱅은 올 상반기 각각 1238억원, 4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상반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이자수익이 오른 덕분이다.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카뱅이 1분기 2.22%, 2분기 2.29%를, 케뱅은 상반기 2.41%를 각각 기록했다.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신고했음에도 대손충당금 확대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두 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하지만 분기별 실적을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1분기 카뱅과 케뱅의 순이익은 693억원, 245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각각 570억원, 213억원으로 일제히 줄었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대손충당금을 확대한 데 따른 대손비용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당국 지시에 매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도 순이익 감소에 한 몫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많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순이익 감소에도 불구 두 은행은 금리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케뱅이다. 케뱅은 지난 18일 일반 전세대출의 금리를 연 0.14%포인트(p) 낮춰 연 3.73~4.78%로 조정했다. 청년전세대출의 금리는 연 0.36%p 인하해 연 3.50~3.57%로 조정했다. 은행권을 통틀어 최저수준이다. 

신용대출 상품도 금리가 인하됐다. 신용대출 금리는 고객별로 이전보다 최대 연 0.5%p, 마이너스통장대출은 고객별로 최대 연 0.4%p 각각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4.21%, 마통은 최저 연 4.87%의 금리로 각각 조정됐다. 

주담대 상품인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도 꾸준히 낮추고 있다. 케뱅은 지난 4일 아담대 고정금리형 혼합금리를 차주에 따라 0.17~0.18%p, 전세대출 금리를 연 0.26~0.28%p 각각 인하했다. 특히 아담대의 경우 올해 2월(고정금리), 3월(변동금리), 6월(변동금리·고정금리), 7월(변동금리·고정금리)에 이어 이달까지 총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전세대출 금리도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카뱅도 올들어 주요 대출상품의 금리를 연이어 인하하고 있다. 카뱅은 지난 5일 전월세보증금대출의 최고금리를 연 4.674%에서 4.222%로 종전보다 약 0.452%포인트(p) 감면했다. 이 상품 최저금리는 3.593%, 청년 상품인 청년전월세대출의 최저금리는 3.305%로 각각 조정됐다. 카뱅은 지난 3월에도 중신용대출과 일반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0.50%포인트, 0.20%포인트 각각 인하하고, 6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데 따른 비용절감 덕분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점이 없어 점포 임차비용 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덩달아 인력도 많지 않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케뱅은 영업이익경비율(CIR)이 크게 낮아진 덕분에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뱅의 CIR는 지난해 말 61%에서 상반기 말 39%까지 낮아졌다. CIR는 은행의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비교하는 지표다. 낮을수록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다. 

케뱅 관계자는 "CIR 지표가 나타내듯 조직이 슬림하고 효율성이 좋다보니 시중은행보다 고객에게 금리혜택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모바일뱅킹을 통한 간편한 업무처리에 낮은 금리 혜택이 더해지면서 고객수와 여신잔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우선 카뱅의 경우 지난해 말 1799만명에 달했던 고객수가 7월 말 1938만명으로 급증했다. 여신잔액도 25조 8614억원에서 7월 말 26조 9504억원으로 증가했다. 케뱅은 지난해 말 고객수 717만명을 기록했지만 올해 7월 말 789만명을 경신했다. 여신잔액도 7조 900억원에서 9조 16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한편으로 격화되는 금리인하 경쟁 구도를 걱정하는 인식도 감지된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까닭이다. 

특히 당국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를 강력 비판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통상 은행이 수익을 시현하려면 수신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오른 만큼 대출금리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당국 압박에 못이겨 수신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인하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오는 22일부터 예대금리차를 본격 공시하는 점도 은행들로선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기준금리가 오르는 이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차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수신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대출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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