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정책 세미나 개최…"배출권 유상할당 늘려야" vs "기업 부담 가중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성과에 필요한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면 역량 있는 기업들이 조금 더 탄소감축에 앞장설 수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지금까지는 탄소문제를 주로 규제적으로 접근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배출권거래제가 8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정착되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 "기업은 생산 및 운영시스템을 저탄소 배출구조로 전환해야 하는데 지금 이 제도가 그 정도의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으로, 종합적인 비용을 예상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왼쪽에서 3번째부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클 뿐 아니라 거래량이 빈약한 수준이어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할 때 손익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감축목표를 반영해 배출상한을 설정하면서도 감축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교수는 △세제·금융지원 △핵심 감축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제도 도입 △자발적 탄소시장의 제도권 활용 검토 △할당에 대한 불확실성 최소화 등을 감축투자 유인으로 제시했다.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 달성을 위해 탄소시장의 역할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유상할당을 늘리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줄여 배출권거래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경식 고철연구소장은 "정부 개입 없이 시장수요에만 맡겨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증권사 등 제3자 시장참여를 허용하고 선물시장·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것은 배출권가격을 지나치게 높일까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스웨덴 철강회사 SSAB는 유럽연합(EU)가 유상할당 경매수입으로 조성한 혁신펀드로부터 1900억 원을 지원받아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수입 등으로 조성된 기후대응기금의 상당 부분을 기업의 혁신기술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1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국내에서 RE100 이행이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고,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와 전력구매계약(PPA)이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재생에너지사업자와 기업간 전력구매 계약시 초기에는 발전 설비비를 보조해주고, 미국은 재생에너지 지분투자 또는 자가발전 기업에 대해 투자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며 "우리도 재생에너지 거래 기반과 관련 보험·계약 시장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고 거래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면서 "이격거리 제한 등 시설 인허가 규제 개선·재생에너지 계통연계를 위한 전력인프라 확충·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전면 허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 5조 달러(약 69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적정한 탄소가격과 전기요금을 통해 사회 전체의 탄소감축·전기절약·탄소중립 기술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폐플라스틱·전기차 사용후배터리·순환경제 등의 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