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다음달 손 회장 방한…M&A 관련 제안 할 듯"
연내 회장 승진?…"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해"
국가·회사 위해 고생하는 임직원 격려…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인수와 관련된 제안을 들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향후 삼성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복권 후 첫 글로벌 경영을 마치고 21일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영국에서 ARM 경영진과 회동했냐'는 질문에 "ARM은 안 했다. 아마 다음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것이다. 그때 그런 제안을 하실거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14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만남에서 M&A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ARM의 추정 가치는 50조~70조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25조원인 만큼 '빅딜'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점 등 걸림돌이 적지 않아 삼성 단독 인수보다 컨소시엄 형태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연합 가능성을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시장에서는 ARM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도 삼성의 M&A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M&A와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회장 승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연내 회장 승진'과 관련한 질문에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지난 7일 출국해 15일 간의 해외 일정을 소화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목적을 '임직원 격려' 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오지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열심히 회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임직원들 격려가 주 목적 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지난 8일 이 부회장은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부회장과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삼성과 멕시코 기업들 간 중장기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30년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지해줄 것을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13일에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영국에서도 이 부회장은 최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를 만나 2030 세계박람회 유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귀국길에 이 부회장은 엘리자 베스 2세 여왕을 주모 했다. 그는 "존경하는 여왕님 장례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를 할수있었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부회장은 출장지의 현지 사업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멕시코와 파나마에서는 삼성의 사업 전반을 살폈다. 멕시코에서는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각각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보고 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멕시코 소재 하만 공장도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미주 지역에 공급할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티후아나에는 TV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1988년 멕시코에 삼성전자 컬러TV 공장을 설립해 북미에 공급할 TV 생산을 시작했으며, 1996년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공장을 한 곳에 모은 삼성의 첫 해외 복합 생산단지를 멕시코 티후아나에 조성하기도 했다.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2019년 기본 설계를 수주한 뒤, 2020년 본 설계 조달 및 시공까지 연계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EPC 프로젝트다.

파나마법인에서는 중남미 지역 법인장 회의를 갖고 중남미 사업 현황 및 전략을 점검했다. 파나마법인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설립한 해외 지점으로, 파나마는 삼성전자가 1977년 컬러TV를 최초로 수출한 국가다. 영국에서 이 부회장은 여러 비즈니스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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