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형태의 전기차…실내공간은 대형세단 이상
한층 더 정제된 인테리어와 편의시설
놀라운 퍼포먼스에 고성능 버전에 급관심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의 본격적인 E-GMP 활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모델 아이오닉6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델은 기존 SUV형태를 띤 전기차가 아닌 세단형 모델로 첫 모델인 아이오닉5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이오닉6는 완성도 높은 것으로 유명세를 타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은 아이오닉5에 비해 다방면에서 성능이 개선됐다. 이에 사전계약 하루만에 3만7000대를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시장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현대차 아이오닉6 /사진=미디어펜


아이오닉5도 SUV형태를 띄고 있어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이오닉6는 전통적인 패밀리 세단 선호층은 물론,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추구하는 드라이버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정제된 모델이다. 

이런 아이오닉6를 지난 20일 경기도 하남시 하남도시공사 주차장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직접 운전해 봤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가평군 더플래츠 카페까지 왕복하는 약 120km 구간으로, 고속도로와 국도, 호수 주변 와인딩 코스까지 갖추고 있어 차량의 성능을 체험하기 이상적인 구간이었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아이오닉6 롱레인지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20인치 휠과 HTRAC(사륜구동) 등이 추가된 풀옵션 모델이었다. 이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0km다. 롱레인지 2WD(이륜구동) 모델에 18인치 휠이 장착된 기본형은 한 번 충전에 524km나 달릴 수 있지만 타이어 인치업과 HTRAC 적용의 대가로 100km나 손해 봤다.

아이오닉6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세단형태의 차다. 다만 차체가 낮아진 만큼 좀더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생겼다. 아이오닉5가 컴포트한 주행성능에 집중한 것과 달리 아이오닉6는 좀 더 달려보고 싶은 소비자에게 포커스를 맞춰 놓은 듯 했다. 

뒷태에서는 얼핏 독일계의 프리미엄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외형상으로 스포티하지만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위쪽으로는 중형 세단에 걸맞은 헤드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스포츠카로 불리는 모델들에 비해서는 전고는 높아졌다. 

아이오닉6의 전고는 1495mm로 현대차의 내연기관 중형 세단인 쏘나타(1445mm)보다 50mm나 높다. 그렇다 보니 측면에서 보면 둥근 지붕의 아치형태를 띄고 있어 일부소비자들은 어색하다거나 통통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날카롭게 튀어나온 트렁크 리드의 에지와 그 위에 장착된 리어 스포일러는 높은 전고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주행 퍼포먼스를 한층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이오닉6'는 지금까지 출시한 현대차 역대 모델 중 최저 공력계수인 CD(Drag Coefficient) 0.21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이오닉6의 근간인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의 스트림라인 실루엣은 빼어난 디자인과 공기저항 감소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이오닉6가 달성한 공력계수 0.21은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으로 주행거리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진 리어 스포일러는 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와류(공기 소용돌이)를 억제해 공력성능을 높여준다. 이는 연비 측면에서나 달리기 성능 측면에서 큰 이점이다. 고속 주행시 발생하는 양력도 리어 스포일러가 억제해 준다.

   
▲ 현대차 아이오닉6 실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현대차 아이오닉6는 중앙콘솔을 두개의 공간으로 나눠서 보다 편리하고 높은 공간활용성을 실현했다. /사진=미디어펜


생김새만큼이나 주행 성능도 발군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소리 없이 쭉쭉 올라가는 속도가 쾌감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낮은 공력계수로 풍절음이 기존 차량들에 비해 현격히 적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어느새 최고속도까지 도달해 있는 경험을 수차례 한바 있을 정도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HTRAC 모델의 최고출력은 239kW, 최대토크는 605Nm에 달한다. 내연기관차 제원 표기방식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320마력에 최대토크 61.7kg‧m다. 3.5ℓ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제네시스 G90(380마력, 54kg‧m)에 필적한다.

현대차그룹 고성능 전기차의 최고봉인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트림(360kW, 700Nm)에 비하면 구동계 자체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좀 더 가볍고 공력계수가 낮은 만큼 오히려 아이오닉6의 가속성이 더 좋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조용한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급가속을 할 상황이 일반적인 도로상황에서 크게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램프구간에서 저속으로 달리다 고속도로에 합류할 때, 내연기관차처럼 급가속시 rpm을 끌어올리는 힘든 과정 없이 즉각 최대토크를 뿜어내니 가뿐하게 차량 흐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으로 달릴 때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하부에 깔린 묵직한 배터리로 인해 기본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은 데다, 리어 스포일러가 들썩이는 꽁무니를 눌러 주니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주행 퍼포먼스는 가평 호반로 와인딩 코스를 달릴 때 더욱 두드러졌다. 급커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차체 쏠림이 거의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차가 서포터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일반형 모델 아이오닉6를 운전하면서도 고성능버전 N브랜드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기본적인 차량 특성을 감안한 듯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한 편이어사 좀 더 강력한 성능으로 달려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내공간 구성도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에 비해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진보적인 디자인의 아이오닉5와 달리 시트 배치부터 일반적인 세단모델과 비슷하다. 일단 뒷좌석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고, 센터콘솔 역시 1열 좌석 사이에 고정돼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상 바닥면이 평평하고, 1열 시트의 두께를 기존보다 30%줄여놔 뒷좌석 레그룸을 넓게 확보했다. 이에 세단형태를 띈 모델이어도 뒷좌석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은 없었다. 또 센터콘솔 하단에도 짐을 놓을 만한 큼지막한 공간이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트렁크 크기도 일반 내연기관 중형 세단 정도 수준으로 골프백도 충분히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긴 짐을 넣어야 할 경우 뒷좌석을 접을 수도 있다.

인테리어는 아이오닉5보다 한층 다듬어졌다. 기어노브를 핸들 옆으로 옮기면서 1열 좌석 사이의 공간은 깔끔해졌다. 일반 차량에서는 운전석 도어에 붙어 있던 전좌석 파워윈도우 버튼과 도어락 버튼 등을 모두 센터콘솔 상단으로 배치했다. 그 덕에 운전석과 동승석 도어의 돌출부는 오롯이 암레스트 역할만 수행하게 됐다.

   
▲ 현대차 아이오닉6 /사진=미디어펜
   
▲ 현대차 아이오닉6 1열 동승석 실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현대차 아이오닉6 리어스포일러. /사진=미디어펜

전자식 사이드미러도 깔끔해졌다. 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아이오닉5에서는 도어에 붙여놓아 마치 비순정 부품을 사다 달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아이오닉6에서는 대시보드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이같은 배치는 보기엔 좋지만 기능적으로는 다소 불편하다. 광학식 사이드미러를 보던 위치와 너무 차이가 커 어색했지만 고개를 따로 움직이지 않고 시선처리만으로도 뒷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익숙해지면 더 편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핸들 위 버튼류의 위치도 아이오닉5를 비롯한 기존 현대차의 배치와 반대다. 아이오닉6는 오디오‧전화연결 버튼이 오른쪽에, 클러스터‧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이 왼쪽에 위치해 있어 기존 차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혼동이 될 수 있다.

기아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K8부터 디스플레이 배치가 클러스터는 왼쪽, 인포테인먼트 관련은 오른쪽이라는 점을 감안해 버튼류 배치를 바꿨는데, 현대차도 이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6의 단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통풍시트 컨트롤일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가을날씨에 시트에 앉아있다 보니 등이 뜨거워 통풍시트를 작동시키려 했지만 물리버튼이 없었다. 다만 시트 온도 조작 기능이 디스플레이 안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차량들이 물리 버튼을 간편하게 조작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 어색하고 불편했다. 

시승을 마치고 전비(電比)를 체크해 보니 5.4kWh가 나왔다. 고성능 모델인데다 주행 모드를 줄곧 ‘스포트’로 유지한 채 급가속을 반복했음은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날 시승자 중 가장 높은 전비 기록은 7.3kWh였고, 전체 시승자 평균은 5.6kWh였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프레스티지에 20인치 휠과 HTRAC 등 풀옵션을 장착한 시승 차량의 가격은 총 6726만5493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 혜택 적용 후)이다. 국고 보조금 700만 원에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200만 원)을 적용하면 5000만 원 후반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가장 저렴한 스탠다드 모델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5200만 원으로, 보조금 적용시 4000만 원 초반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