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벤투호가 코스타리카와 아쉽게 비겼다. 그래도 황희찬의 선제골과 손흥민의 동점골은 빛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FIFA 랭킹 34위)와 친선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황희찬의 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일방적인 우세에도 상대 역습에 2골이나 내주며 역전 당했고, 후반 막판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패배를 면했다.

한국은 손흥민과 황의조가 투톱을 이루고 황희찬-황인범-권창훈이 공격 2선에서 지원했다.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진수-김영권-김민재-윤종규 포백 앞에 배치됐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빠른 패스로 코스타리카 수비를 흔들고 좌우 측면을 파고들며 크로스로 기회를 창출했다. 코스타리카가 수비에 치중해 많은 슛 시도에도 볼이 자주 걸려 탄성이 많아졌다.

   
▲ 황희찬이 전반 선제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계속 몰아붙이던 한국이 전반 27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윤종규가 오른쪽에서 연결해준 볼을 황희찬이 잡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수비 두 명 사이로 낮고 강하게 깔아찬 볼이 코스타리카 골네트를 출렁였다. 

한국은 우세 속 계속 맹공을 퍼부었다. 손흥미, 권창훈 등의 슛이 잇따랐지만 코스타리카 수비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한국이 공격 라인을 끌어올린 것이 독이 됐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대인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역습을 당할 때 공간이 넓어지고, 크로스가 넘어왔을 때 뒤를 받치는 인원이 부족했다.

결국 코스타리카에게 전반 40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역습을 당해 수비가 헐거워진 사이 토레스가 연결한 크로스를 베네테가 윤종규 뒤로 달려들며 슛을 해 1-1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경기 양상이었다. 황희찬은 볼을 잡으먼 돌파를 시도했고, 황인범의 날카로운 패스가 전방으로 흩뿌려졌다. 손흥민은 기회만 있으면 슛을 때리고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도 찔러줬다. 세트피스 상황이면 김민재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하지만 골은 오히려 코스타리카가 또 넣었다. 후반 18분 손흥민의 볼터치가 제대로 안돼 코스타리카가 볼을 가로챘다.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졌는데, 한국 수비들의 커버가 늦었다. 문전으로 올라온 크로스가 헤딩슛으로 연결됐는데 김승규가 일단 막아냈지만 튀어나온 볼을 베네테가 차 넣었다.

1-2로 역전되자 벤투 감독은 선수 교체를 잇따라 하며 재반격을 노렸다. 후반 19분 김진수, 정우영을 빼고 홍철과 손준호를 투입했다.

한국에 아쉬운 장면이 속출했다. 황의조가 문전에서 리바운드된 볼을 강하게 찬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손흥민이 1대1 상황을 만들어 때린 슛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황희찬의 중거리슛도 골키퍼에게 걸렸다.

후반 27분 권창훈 대신 나상호가 들어가며 스피드를 끌어올린 한국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후반 40분 황인범이 전방으로 길게 내준 볼을 나상호가 열심히 쫓아갔다. 위기감을 느낀 코스타리카 골키퍼 알바라도가 뛰어나와 급한 마음에 페널티박스를 벗어나 손으로 볼을 잡았다.

   
▲ 손흥민이 후반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고의적인 파울로 알바라도는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프리킥이 주어졌다.

좋은 위치에서 얻어낸 프리킥의 키커는 캡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벽을 비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드는 절묘한 골을 성공시켰다. 골키퍼가 점프도 못해볼 정도로 완벽한 프리킥 골로 2-2 균형을 되찾았다.

상대가 1명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재역전을 위해 공세를 더욱 끌어올렸다. 손준호가 때린 강슛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고, 손흥민의 가슴 트래핑에 이은 회심의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으로서는 수비와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벤투호는 오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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