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연동제 따르면 리터당 최대 500원 이상↑
용도별 차등 가격제 채택해도 사실상 인상 확정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올해 원유(原乳) 단가를 책정하기 위한 낙농가-유가공 업체 간 협상이 시작됐다. 양측은 다음달 15일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최근 낙농가가 부담하는 생산비가 급등해 원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점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고 있었다.

현재 흰우유 소비자 가격은 리터당 2700원대 중반 수준인데 현행 가격 산출 체계를 유지하면 최대 500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유 1리터 기준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상회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부 인상 폭을 두고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의 입장차는 뚜렷하다. 협상 각론의 향배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원유(原乳) 단가를 책정하기 위한 낙농가-유가공 업체 간 협상이 시작됐다. /사진=미디어펜 DB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낙농진흥회 내 소위원회는 올해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 통상 낙농가와 유업계는 6월부터 원유 가격 협상에 돌입하고 8월부터는 새 가격을 적용한다.

원유 가격은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결정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바꾸는 낙농 제도 개편안을 두고 양측이 의견차를 보여 이달 중순까지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낙농가는 제도 개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득한 덕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개편안이 가결됐고, 20일부터 원유 가격 협상이 개시됐다. 

원유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점에는 사실상 이견이 없다. 유가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생산비는 리터당 52원이 올라 원유 가격도 덩달아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인상 폭이다. 이는 양측이 어떤 산출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생산비 연동제를 따르면 원유 가격은 통상 생산비 인상분의 ±10% 범위 내 에서 정해진다. 

올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47∼58원 오를 수 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될 경우 우유 소비자 가격이 최대 500원 넘게 오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23일자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기준 전국 우유 소비자 가격 평균은 리터당 2765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유가공 업계와 낙농가가 지난 16일 의결한 합의안에는 생산비 연동제를 즉각 폐지하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위해 새 규칙을 마련하고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이 합의한 가격 결정 시한은 10월 15일. 이를 고려하면 양 측은 3주일 내 새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낙농가들은 올해도 생산비 연동제를 따르자고 주장한다.

반면 유가공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는 새 규정이 생겨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도 원유 가격이 높아 흰우유 사업 수익성이 낮다며 기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기피하고 있다.

새 가격에 대해한 소급 적용 여부도 최종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낙농가는 내달 15일자로 새 가격을 정한다 해도 올해 8월 1일 이후 원유 공급분에 대해 인상된 가격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8월부터 10월 15일까지 유가공 업체들이 지급한 원유 가격이 새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차액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유가공 업계가 이를 수용하면 구매 비용이 늘어 소비자 가격 인상 압박 수위도 높아진다. 양측은 이미 가격 협상이 수개월째 미뤄져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끝내자는 중지를 모은 상태다. 하지만 각론에서 입장차가 분명해 합의는 언제나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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