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 주장까지 나와…"국민연금 포지션 아쉽다" 지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간의 침체에 허덕이면서 증안펀드 등 특단의 조치들이 고려되는 가운데 자본시장 '큰손'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 역시 매도세에 앞장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하락장에서 기관들의 매매 행태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된 터라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간의 침체에 허덕이면서 증안펀드 등 특단의 조치들이 고려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시세전광판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부진기간이 길어지면서 당국과 시장의 계산식이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께부터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안펀드는 증권시장에서 주가 급락, 투자심리 위축 등의 징후가 포착됐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되는 기금이다. 주로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10조원 수준으로 조성한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증권 유관기관과 실무 협의·약정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28일 금융위 김소영 부위원장이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당부했던 상태였다. 

우선은 기존에 조성된 증안펀드 기금과 증권 유관기관이 조성하는 8800억원 안팎의 돈이 가장 먼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이 이사회 의결과 논의 등의 절차를 거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쯤 시장에 돈이 풀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증안펀드자금 투입과 함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증안펀드 자금을 최대 10조원 투입해도 그 자금이 공매도 물량을 받아주는 데 쓰일 경우 투자심리 개선에는 한계가 생긴다. 

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진 금융시장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함께 제기돼 증안펀드와 공매도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국내증시 활력 회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국내 자본시장 최대의 ‘큰손’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은 언뜻 보기에 이와 엇박을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물경 916조원 안팎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 자산 중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작년의 16.8%에서 올해 16.3%로 낮췄다. 문제는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이 목표 비중보다도 1%포인트 이상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말 자료를 기준으로 업계가 추산하는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총자산 중에서 국내 주식은 138조 8340억 원으로 15.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은 17.5%에 달했다(165조 8000억원 규모). 여름 이후 국내 증시 급락세가 펼쳐졌음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필요 이상으로 국내 시장 하락세에 부채질을 한 셈이 된다.

물론 국민연금이 목표비중을 소수점 단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3%포인트 정도의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이 허용된다. 허나 당국이 공매도 전면금지를 고려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는데도 계속 매도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의 매매 행태에 대한 비판이 국민연금에 얹어지는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역시 올여름 이전에는 운용자산이 900조원 아래로 감소하는 등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연금 같은 대형 연기금이 매도 흐름에 동참했다는 것은 최근의 투매 장세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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