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최근 SPC그룹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계열 브랜드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이 문장에서 빠진 부분은 불매운동의 주체다. 단순히 ‘소비자’란 단어로 퉁치기에는 현재 SPC 불매운동에 다른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시간 순서대로 보면 SPC 불매운동에서 이번 근로자 사망은 폭발적인 계기가 됐을 뿐이다. 그에 앞서 SPC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 간 ‘노노갈등’이 불매운동의 시작점이다. 

지난 7월 민노총 화섬노조 소속 제빵기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빵을 먹지 말아 달라며 ‘자사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민노총 소속 제빵기사는 전체 제빵기사의 5%에 불과하다. 이에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련 소속 PB파트너즈 노조는 “일터를 불매운동으로 망친다”며 규탄했다. 

SPC 본사 회장이 나서서 유족과 소비자에게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발표했지만, 오히려 불매운동은 그 이후 거세졌다. 오롯이 소비자들의 움직임이라고는 보기 힘든 이유다.

대통령이 “이윤도 좋지만 인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직접 SPC 사건 경위파악을 지시한 것도 불을 지폈다. 정부는 지난 6월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 개입은 줄이고, 민간 부문은 더 살려서 기업의 힘으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앞서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기조와는 상반된 것이다. 

대중은 더 자극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피 묻은 빵’으로 호소하는 집단은 ‘피해자’로 설정되고, 기업은 당연하게 ‘가해자’로 인식한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그간 삶의 궤적이 낱낱이 악플의 대상이 되는 유명 연예인과 같다. 

일부 불매운동에 적극적인 이들은 매출하락에 피해를 입는 파리바게뜨 등 가맹점주들에게도 “본사의 잘못을 고치려면 감수하라”는 식이다.  

불매운동은 사회적 매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2022년 불매운동이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다르다면,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성숙한 소비자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어야 한다. 구매나 불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결국 누군가의 주장과 감정이 섞이기 마련이다. 과거와 달리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있고, 소비자들도 현명한 소비 선택이 가능하다. SPC그룹이 진정한 뉘우침을 보인다면 그 또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