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동승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준대형 세단
프리미엄 가지 재확인 시킨 안전편의성과 인테리어
최고 300마력·토크 36.6kgf·m 동력성능 발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의 최대 경쟁자이자 니어스포티를 컨셉으로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시장에서 K8과 함께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히 판매량을 두고 벌이는 그랜저와의 경쟁이 아닌 독자적인 준대형 세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아의 준대형 세단 K8의 지향점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새로운 도전은 기아의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하지만 글로벌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아의 최첨단 기술과 수입차 메이커도 감탄을 엽발할 정도로 만드는 옵션 사양은 이미 글로벌 톱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기아 직원들의 특유 정체성과 페밀리 기업 문화는 기득권으로 불리는 자동차 메이커를 능가하고 있다. 

기아 직원들의 땀이 응축된 준대형 세단 K8을 시승했다.

기아는 고급화를 선언한 준대형세단 K8을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층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세단시장이 위축되고 고급화모델과 가성비모델로 양분돼가는 양상이 강해지고 있는 시점에 극강의 고급화모델을 통해 시장 재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런 K8을 다양한 조건에서 운전해 봤다. 시승차로는 K8 3.5 가솔린 2륜구동(2WD)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이었다.

K8은 디자인에서부터 여러 노림수를 갖고 만든 모델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입을 크게 벌린 듯한 '타이거 페이스'의 전면 디자인과 뒷좌석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낮아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측면 실루엣은 다이내믹함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면서도 헤드램프나 측면 캐릭터 라인에서는 불필요한 기교를 지양해 고급 세단의 품격을 유지했다. 길게 뻗은 후드를 비롯해 5m를 넘는 전장은 날렵해 보이되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후면 디자인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자로 이어지되 양 끝에서 Y자 모양으로 갈리는 리어램프는 후측면에서 보면 참신하지만 도로에서 보면 살짝 부족함이 보인다. 뒤태를 정면으로 보면 Y자로 갈리는 부분이 시야에서 사라져 차가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느낌까지 준다.

실내는 기존 K7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럭셔리함과 넓은 실내공간을 보여준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틈새 없이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가로형으로 펼쳐진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가 실내를 한층 넓게 보이게 한다.

공조장치 등 주요 조작버튼은 터치식으로, 변속기는 다이얼식으로 만들어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다. 다만 기능이 포함된 터치식 버튼이다보니 직관성에서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반면 변속기와 주행모드 변경 버튼 등 주요 조작부를 바닥에 깔아놓지 않고 마치 리모컨처럼 살짝 들어올려, 센터콘솔에 팔을 얹은 채로 조작하기에 최적의 자세를 만들어주는 세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K7보다 40mm나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뒷좌석 레그룸도 한층 넓어졌다. 뒷좌석까지 열선과 통풍시트 기능이 제공되며, 암레스트를 내리면 오디오 등을 제어하는 조그셔틀과 버튼이 나온다.

시트는 물론 도어트림까지 퀼팅 모양의 고급 나파가죽으로 덮였다. '귀한 손님'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럭셔리 세단의 이미지는 곧 잊힌다. 3.5ℓ 배기량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는 족족 1.6t의 차체를 가볍게 끌어간다. 최근 다운사이징 기술로 고출력을 뽑아내는 엔진이 아닌 여유로운 출력이 인상적이다. 

탄탄한 하체는 빗길에서 급회전 코너를 지날 때도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버텨준다. 전장이 긴 전륜구동 세단 특유의 꽁무니가 출렁거리는 느낌도 전혀 없다. 이날 시승차로 준비되진 않았으나 4WD 모델의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현대차그룹의 대중차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가 달렸다. HDA1과의 가장 큰 차이는 차로 변경 보조 기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기능을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니 옆 차로가 빈 타이밍을 노려 스스로 차로를 옮긴다. 스티어링휠(핸들)에서 일정 시간 손을 떼면 클러스터에 경고가 뜨니 손은 살짝 얹어 놓아야 한다. 하지만 핸들이 스스로 돌아가는 게 느껴진다.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 기아 준대형 세단 K8.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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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차인 현대차 그랜저는 할 수 없는 기능이다. 물론 풀체인지 모델에는 달려 나오겠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들에 비해 국산차의 ADAS 기능에서 부족해 보였던 부분이 차로 변경 보조였는데 이젠 그 부분들도 충족된 것 같다.

그밖에 옆 차로 차량이 가까이 다가올 경우 차로 내 편향 주행을 하는 기능도 달려있다

이 차가 럭셔리 세단임을 깨닫게 해주는 여러 첨단 기능들도 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운전중 최적의 자세를 만들어 주거나 골반 허리 등을 마사지해주기도 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거나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버킷시트처럼 옆구리를 강하게 받쳐 주는 역할도 해준다.

바람을 쐬려고 한동안 창문을 열어두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맹랑한 짓도 한다. 대기질이 안 좋을 경우 작동하는 기능이다.

핸들에 배치된 버튼류의 위치가 일반 차량의 정반대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통상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산차의 경우 오디오와 전화 연결 버튼은 핸들 왼쪽에, 클러스터와 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은 오른쪽에 배치하는데, K8의 경우 좌우가 뒤바뀌었다.

기아 측에 문의해 보니 디스플레이 배치가 클러스터는 왼쪽, 인포테인먼트 관련은 오른쪽인 만큼 버튼류도 그에 맞게 배치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치상으론 맞는 얘기지만 다른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라면 한동안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시승구간 주행 후 연비는 10.2km/ℓ로 가까스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2WD 모델 신고연비인 복합 10.6km/ℓ에 살짝 못 미치게 측정됐다. 고속도로에서 HDA를 켜고 정속 주행하면 14km/ℓ대까지 찍는다. 3.5ℓ의 고배기량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