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육성 통해 경제 성장...민주주의 토대 만들어"
"기업은 불평등 원천 아닌 불평등 없앨 자유주의 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는 1970년대 당시 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일자리가 풍족해졌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분배문제도 개선되었다.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우리는 훌륭한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 좌승희 박정희학술연구원장이 미디어펜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불평등의 해법이 우리의 역사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미디어펜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서울프리덤포럼에서 자유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수호·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좌승희 박정희학술연구원장은 미디어펜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불평등의 해법이 우리의 역사 속에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기업 육성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했던 역사를 통해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업이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세간의 주장과 배치되는 이야기지만 좌승희 원장은 "자유주의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극화, 불평등이라는 문제가 심화됐다"며 자본주의, 자유주의의 꽃인 기업 육성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증명이 됐다. 기업이 번창하는 나라는 성장도 잘 되고 분배 수치도 다 개선된다"며 우리나라 역시 기업 육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성장은 물론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고 자부했다. 다만 자유보다 평등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며 이 문제에 대해 "지식인들, 특히 경제학자, 정치학자, 정책을 입안하는 모든 사람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유주의 경제학 설파에 앞장서온 좌 원장은 KDI 선임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장, 경기개발연구원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박정희학술원장을 지내며 박정희 대통령시대와 한강의 기적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좌승희 박정희학술연구원장(왼쪽)이 9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2 서울 프리덤 포럼'에서 자유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감사패를 받았다. 왼쪽부터 좌승희 박정희학술원 원장, 김두만 장군,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에듀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전경련 제공


   
△ 자유 확산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감사패를 받으셨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그동안 내가 경제발전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나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앞으로 계속 더 하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야지, 아직도 모자라구나, 내가 할 일이 많구나 싶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면 자연히 경제적 자유를 희생해야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보다 평등을 원하고 있다. 자유주의나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도대체 나눠먹는 평등을 추구하면 진짜 평등해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도는 무엇인지도."


△ 평등이 문제라는 말을 하기 힘든 분위기다.

"평등이라는 건 많은 경우 자유와 상치되는 개념이다. 법 앞의 평등을 제외하고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이라는 것들은 결국 사회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자유 보다 평등이 좋다는 사람이 반 이상이다. 그래서 우리 지식인들, 특히 경제학자, 정치학자, 정책을 입안하는 모든 사람이 고민을 해야 한다. 흔히 자본주의를 불평등한 사회라고 한다. 경제학에서도 양극화를 문제 삼고 있고, 소위 좌파 경제학자들이 이를 이용해 자본주의를 공격하고, 자유를 제약하는 법제라든가 제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학자, 소위 우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불평등의 원천이 무엇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내야 되는데 아직 못하고 있다. 그러니 계속 좌파 경제학에 밀리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될 문제는 자유를 주장하는 건 당연하고, 평등을 추구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또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 원장님이 생각하는 답이 궁금하다.

"자유주의, 자본주이야말로 동반 성장을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이 불평등을 만들어낸 주범이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우파 경제학자도 많다. 이건 틀린 주장이다. 역사를 보자. 지난 20세기,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평등을 추구했다. 수정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더 나아가선 복지국가를 추구했는데 이게 결국 평등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거였다. 나는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본다. 자유주의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극화, 불평등이라는 문제가 심화된 거다."


△ 평등 추구가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해석이 새롭다.

"출발선상에서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주면 당연히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마라톤을 하면 잘 뛰는 사람, 못 뛰는 사람 간에 차이가 생긴다. 그런데 그 차이가 사람들을 더 열심히 뛰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 다 같아질 수는 없지만 동반성장이 되는 것이다. 평등을 추구한답시고 차이를 없애버리면 마라톤 경주는 중단돼야 한다. 동반성장이 사라지지 않겠나. 지난 1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가 평등을 추구해 왔는데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평등 추구의 결과가 양극화다. 미국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때 잠깐 자유주의 정책을 실현했다. 그리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 레이건 정책에 무임 승차해 어느 정도 좋은 경제를 만들어 냈다. 그 이후엔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평등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2008년 주택 금융 위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한 채씩 주겠다는 평등주의 정책을 추구하다 망한 것 아닌가. 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만들어낸 게 아니고 평등 추구가 문제다. 자유주의를 충분히 실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됐다."


△ 세간에선 자유주의야 말로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다. 그런데 좌파들은 기업에 대한 자유를 1%를 위한 정책이라고 폄훼하고, 기업이 모든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생각이다. 오히려 기업에 자유를 덜 줬기 때문에 불평등해진 거다. 이건 이미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증명이 된다. 기업이 번창하는 나라는 성장도 잘 되고 분배 수치도 다 개선된다. 

우리나라를 보자. 흔히 1970년대를 유신, 독재 체제라고들 하지만 이때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던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리가 훌륭하게 극복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성장, 특히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평등을 얘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존슨 대통령이 60년대 말에 평등 사상을 갖고 복지 제도를 강화시켰는데 그게 인플레이션의 시작이 되고, 이게 오일쇼크를 만나면서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갔다. 그렇게 전 세계가 다 어려워졌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웠다."


△ 지금은 기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1970년대 당시 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수출기업육성과 중화학공업육성 등으로 당시 대한민국 기업 부문은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했다. 그 결과 일자리가 풍족해졌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분배 문제도 개선됐다.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우리는 훌륭한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 시장이 하는 일이고 그게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게 새마을운동의 핵심 성공 원리다. 스스로 돕는 자조(自助)하는 마을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모든 마을의 적극적인 자조 경쟁과 성장을 이끌어 내었다. 평등 지원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이 동반 성장의 동력이 됐다. 마라톤 경기를 제대로 한 것이다.

기업도 열심히 하는 기업을 앞장 세우니 너도 나도 열심히 하고, 그게 동반 성장의 틀이 됐다. 그래서 내 결론은 우리나라 학자들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 학자들이 우리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다시 이야기 하면 오늘날 문제라고 하는 양극화, 불평등은 자유주의 때문이 아니라 이 자유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기업을 제대로 뛰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기업부문의 성장률이 연평균 10~14%에서 한자리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게 오늘날 2~4% 수준으로 떨어져 과거의 역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가 양극화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부문의 성장이 2~3%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기업의 일자리 공급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중산층이 축소되고 소위 양극화현상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기업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것만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