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찌라시다. 출처도 근거도 없다. 터무니없는 찌라시에 건설사가 휘청거리고, 건설업계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국가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말 '건설사 부도' 관련 찌라시가 유포됐다. 9월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된 우석건설을 필두로 부도 위험군 건설사가 나열됐다.

우석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202위를 기록한 충남지역 종합건설사다. 금리 인상과 원가재가격 상승에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까지 더해지며 최종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팩트는 여기까지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가장 상단에 배치해 나머지도 사실처럼 보이도록 포장했다.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만기도래 회사채 등 리스크 내용도 그럴듯하게 꾸몄지만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도 위험 건설사 이름 옆으로 명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가관이다. 태영건설 8위·동양건설산업 20위·롯데건설 3위·동부건설 14위·아이에스동서 15위·한양 23위로 대부분 순위를 높여줬고, 호반건설만 16위로 낮췄다. 실제 2022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태영건설 17위·동양건설산업 49위·롯데건설 8위·동부건설 23위·아이에스동서 37위·한양 44위·호반건설 11위다.

시공능력평가는 ▲전년도 공사실적 ▲경영 및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공시하는 제도로 건설사 평가 및 선정에 기준이 된다. 이러한 시공능력평가 순위마저 틀린 분석 자료라면, 전문성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신뢰도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

   
▲ 출처도 없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조차 다른 '건설사 부도설' 찌라시./사진=미디어펜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가 죽는다. 출처도 없고 내용도 엉망인 B급 찌라시였지만 파장은 심각하다. 금융감독원도 특정 기업에 대해 사실과 다른 유동성 위기설, 루머 등을 생성·유포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 나섰지만 찌라시 여파는 일파만파다.

'부도 위험 건설사'로 낙인 찍힌 건설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모든 경영활동은 부도설에 덮여 의혹으로 연결된다.

계열사를 통한 자금 수혈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해도 부도설은 더욱 확산된다. 전체 공사비만 79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개발사업 수주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야심차게 손님맞이에 나선 분양단지는 미분양이 걱정이다. 찌라시 이후 PF 공급에 어려움이 커졌다는 건설사도 있다.

부정적 낙인효과(stigma effect)는 건설사를 고립시키고 있다. 오히려 부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 국내 건설사들은 위기에 강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경험했다. 쓰라린 경험을 통해 위기 극복 역량도 강화됐다. 내성이 생겼다는 말이다. 

연이은 악재에도 굴지의 건설사들은 꿋꿋이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원은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근거없는 문서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찌라시는 찌라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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