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되짚어 봐야…'사회적 합의' 없으면 집단이기주의 직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경제부 백지현 기자.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일상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형마트와 식당, 백화점 등 대부분 편의시설의 운영시간은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했다. 대규모 집회나 콘서트 개최의 경우에도 인원 제한이 해제됐다.

현재 최소한의 방역 조치로 시행되고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 조차도 이번 겨울철 재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전문가 논의를 거쳐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넘어 코로나 이전으로의 정상화도 머지않았다는 사회적 기대감도 커졌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정책들이 속도를 내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은행만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갈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거리두기 해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유독 은행권만이 여전히 영업시간 단축운영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 은행권은 2020년 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기존 9시~오후 4시이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사진=김상문 기자


은행권은 2020년 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기존 9시~오후 4시이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던 81개 국내은행 중 67개(83%)가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해 금융노사가 합의한 전제조건은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다. 문제는 실내 마스크가 전면 해제된다고 해서 곧바로 영업시간 정상화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노사는 지난해 10월 임금·단체협상 합의서에 '노사 합의로 영업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면서, 노사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는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코로나 정상화와 무관하게 현재 운영중인 단축 영업시간이 향후 은행의 대면영업 형태에서 자연스레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와 인력을 감축하는 와중에 굳이 영업시간을 늘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주 4.5일제 시행, 주 36시간 근무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 역시 영업시간 정상화에 목을 멜 이유가 없긴 마찬가지다.

결국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몫이다.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가능해 영업시간 단축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은행들은 항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출 등 중요한 업무의 경우 대면업무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고,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게도 비대면 채널은 '그림의 떡'이다.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임의적' 조치였다. 여기엔 '감염병 확산방지'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도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겠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비판여론이 뜨겁다. 물론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가지는 자율성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기업과 달리 은행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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