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 발표
경총, 국회에 관련 내용 담은 서한 전달…"질서 훼손 안 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이중 일부가 사용자의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노조원의 폭력파괴 행위에 대한 면책도 포함돼 있어 법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근로자 개념, 사용자 개념, 노동쟁의 개념 확대(제2조)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를 제한(제3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는 것이 재계의 비판 골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해당 개정안이 ‘불법의 합법화’를 조장한다며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국회에 서한을 전달하는 등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현대제철 노조가 무단 점거한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 확대?…노동법 체계와 안 맞아

전경련은 이날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해 노조법 개정안에 담긴 손해배상청구 제한이 평등권은 물론 직업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제2조의 경우 내용이 모호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와도 맞지 않아 노조법 개정 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노동법 체계는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하청 노동자도 교섭대상자로 인정할 경우 기존 법체계와 충돌해 실무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 역시 개정안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했다. 경총은 지난 14일 국회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근로자 개념을 확대할 경우 근로자의 범위나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가 모호해지는 등 노사관계 질서가 교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또 사용자 범위를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 등으로 확대하는 것 역시 사용자 지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예측하기 어려워, 법률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권리분쟁’ 사항이 노조의 위력 행사로 관철될 수 있는 쟁의행위 범위에 들어오게 될 뿐만 아니라 투자나 채용 결정 등 사측 고유의 경영권 결정사항도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문제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조 불법행위 면책?…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해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것 또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노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자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고, 그에 따른 사용자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법 개정안이 주장하는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면책은 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폭력 등)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즉 정당하지 않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법치의 출발점이 불법과 폭력을 막기 위한 것인데, 폭력의 정당화는 그 자체로서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역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재산권·평등권·재판청구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시장경제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세계 유례 없는 노조 보호…노사 간 균형 맞춰야

경총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 제한 및 금지 규정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입법례를 찾을 수 없고,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기본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역시 이 같은 규정은 주요 선진국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은 불법 쟁의행위를 한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 상한이 적용되지만, 손배 상한액은 개별 불법행위마다 별도 적용되어 복수의 불법행위시 손해배상이 합산되며, 노조원 개인은 손해배상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법 규정에서도 노조 및 노조원을 보호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노조법 개정안은 일반적인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노조와 노조원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해주고, 노조원 개인의 폭력 및 노조의 시설 파괴 등의 행위에만 손해배상 상한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와 대비 된다고 했다.

프랑스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입법화되었으나, 손해배상 제한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배상권을 부정해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당해년도에(1982년) 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차진아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삼권의 기본정신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함에 있다”면서, “노사간의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와 규범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