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향해 “천치바보들”…文 언급 “그때는 서울이 과녁 아냐”
“제재 따위나”라면서도 남한국민까지 언급하며 저급한 막말
통일부 “남한 흔들기”…외교부, 독자제재에 대한 반응으로 평가
“주민 불안 차단 위한 과잉대응” “말폭탄으로 긴장 동력 유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담화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고 막말로 비난하면서 최근 외교부가 밝힌 대북 독자제재 검토에 반발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진짜 천치바보들”이라면서 “국민들은 윤석열 천치바보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남한 전·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없이 언급한데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 ‘천치바보’라는 저급한 막말을 사용하며 우리국민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 통일부는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남한 흔들기”라며 강력 비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입장을 내고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현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으로 초래됐는데도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우리국민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체제를 흔들어보려는 불순한 기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러한 시도에 우리국민은 누구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 당국에 대한 인식만 더욱 나빠질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교부는 북한의 이례적인 외교부 독자제재 추진 언급에 주목하며 독자제재 검토에 대한 반응으로 평가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먼저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우리를 직접 위협하고 전례없는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측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 “이에 따라 정부는 10월 14일 5년만에 처음으로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뉴스1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불법 해상 활동과 사이버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독자제재 검토에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려는 우리 노력이 북한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하에 대북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핵개발을 단념하고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흔들림없이 조성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적인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한민족의 미래와 전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우리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적극 호응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최근까지 무력도발을 이어왔지만 최근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비난전으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맞대응해 다양한 미사일 도발에 나섰던 북한이 19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전후로 최선희 외무상의 두차례 담화에 이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2차례 담화를 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여정 담화’에 대해 제재가 격상될 수 있는 것에 대한 주민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현직 대통령 실명 비난 및 비교를 통해 우리사회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증강된 제재 논의가 북한의 초조감을 유발했을 수 있다. 제재 문제로 가장 타격이 클 일반 인민들 수준에서 제재가 격상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과잉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또 “김여정 발언 자체가 격정적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예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핵실험은 의외로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내년 초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현직 대통령 시명 비난 및 비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사회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으며,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ICBM을 포함한 30여차례 미사일 발사와 재래식 전력 총동원 등 고비용 도발을 해온 북한이 긴장국면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말폭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향한 핵사용을 재차 위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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