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의 시작과 끝 독자제재에 대해 반발 “무용지물”
대통령 실명·국민 언급하며 “서울 과녁” 재확인 긴장 동력
3월부터 기념일마다 임박설 7차 핵실험 올해 넘길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4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서울이 우리의 과녁”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9월 ‘핵무력 정책’ 법령 공포로 대남 타격 및 선제공격을 시사했던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이 종료되고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예상해볼 수 있는 시점에 북한은 담화전 재개로 긴장 동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독자제재를 겨냥했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 1번에 상반기 미사일 31발 비용을 확보할 정도라면 과거 위조달러나 마약으로 벌어들이던 달러를 최근에는 코인 해킹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조치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가들의 독자제재 연대 및 협력은 중요하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천치바보들” “무용지물이나 같은 제재 따위에 상전과 주구가 아직까지도 그렇게 애착을 느낀다면 앞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실컷 해보라”며 발끈한 이유이다. 

이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불법 해상 활동과 사이버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독자제재 검토에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려는 우리 노력이 북한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북한은 이번에 남한 대통령의 실명과 국민을 거론하며 ‘남한 흔들기’에 나섰으며, 이에 대해 통일부는 “우리국민을 반정부 투쟁에 선동하고, 체제를 흔들어보려는 불순한 기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담화 목적이 ‘긴장 유지’에 있다고 봤다. 대통령 실명 비난과 남한국민 언급, ‘서울 과녁’ 발언의 수위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김 총비서의 딸이 현장에 동행해 참관한 사실도 공개했다. 2022.11.19./사진=뉴스1

윤석열정부 이후 북한이 대통령 실명 비난을 한 것은 7월 27일 김 위원장이 전승절 기념연설에서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 없다”고 했고, 8월 18일 김 부부장이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는 담화에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한 이후 세 번째이다.

김 부부장은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면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 맨 마지막에 다시 “한미가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에 필사적으로 매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한미 및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해 지난 9월 25일부터 탄도미사일 도발을 시작했다. 한미훈련 중 새벽과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한때 매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심지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낙탄시켜 긴장수위를 끌어올렸다. 전투기와 재래식 무기 동원은 물론 탄도미사일도 다양한 종류를 여러 지점에서 쏘면서 전술능력도 과시했다. 

북한은 18일 신형 ICBM을 발사했으며, 다음날 ‘화성포-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했으며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를 동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미래세대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CBM 발사 이후 7차 핵실험으로 도발의 정점을 찍을 것 같던 북한이 오랫만에 최선희 외무상에 이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전을 시작해 북한의 다음 도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최선희 외무상이 2차례 담화를 낸데 이어 김여정 부부장도 2차례 연속 담화를 냈다. 북한은 최근 도발 중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낸 적이 있고, ‘최선희 담화’ 직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담화전을 시작했다고 해서 미사일 도발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2월 연말 총화를 앞두고 토론회와 발표회, 연구회를 이어가는 분위기에서 잠시 무력도발을 중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럴 경우 올해 3월부터 정황이 포착돼 기념일마다 임박설을 불러온 7차 핵실험은 올해를 넘겨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아울러 북한은 도발을 대외용은 물론 대내용으로도 활용해왔으므로 주민결속 차원에서라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