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부담 커지면서 효율성 낮은 이벤트 자제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카드사들의 이벤트는 종적을 감췄다. 그간 카드사들은 소비가 늘어나는 수능, 월드컵 기간이면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으나 올해는 조용한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지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영업환경이 위축되면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 11월 2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수험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인 곳은 KB국민카드 한곳뿐이다.

KB국민카드는 수능 종료를 맞아 다음달 31일까지 청소년 특화상품 ‘KB국민 리브 넥스트(Next) 카드’ 신규 발급 시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제공, 즉석사진촬영 사진관인 ‘인생네컷’에서 리브 넥스트 카드로 결제 시 2000원 캐시백 등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카드사들은 매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미래고객 선점 차원에서 문화공연·미용·외식·여행 할인 등 선제적인 이벤트를 기획해왔으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고객 대상 이벤트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컵 마케팅 또한 자취를 감췄다. 피파는 공식 후원사가 아닌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월드컵’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최소 10억달러 이상 후원한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피파의 조치다.

이에 카드사들은 그동안 월드컵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국가대표’ ‘응원’ ‘승리’ ‘골’ 등 광고 문구를 통해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표팀 득점과 승리 여부에 따라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피파의 규제가 더 강화된데다 카드사 비자(Visa)가 공식 후원사로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BC카드만 국가대표님 경기가 있는 날 편의점, 배달앱 등 특정 업종에서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마케팅 규모를 예년보다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무이자할부와 같은 혜택도 축소하는 추세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채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여전히 5%대 후반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연 1% 후반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 3월 연 3%, 지난 6월 연 4%를 뚫더니 지난달 들어 연 6%를 돌파했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게 됐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조달하고 있다.

지속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또한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자제하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벤트를 줄이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마케팅의 경우 자제하고 해외여행 등 수요가 높고 꾸준한 곳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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