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이득 반환 청구'·'상인의 보수 청구권' 거론
넷플릭스, EU 통신 당국 입장 언급…"못 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정산하지 않기로 합의했는지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가 7차 변론에서도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SKB는 무료로 망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 적 없고,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이어진 사이인 만큼 합의와 대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무정산 피어링은 업계 관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개토즈 소재 넷플릭스 본사 전경./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항소심 7차 변론이 열렸다. 양 사는 2020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이래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8년 망 연결 지점을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로 옮길 당시 망 이용 대가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했는지 여부를 두고 다투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망을 무상으로 내주기로 한 합의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측 증인 마이클 스미스는 양사 간 '사실상 무상 합의(De facto SFI(Settlement Free Interconnection)'를 이뤘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근거로 작용할 수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보낸 SFI 약정은 양자 간 연결에 관한 합의서이며, SKB의 검토와 '서명'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보낸 것인데 SKB는 일관되게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이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SKB 관계자는 "마이클 스미스의 증언을 통해서도 인터넷 교환 노드(SIX, Internet eXchange)에서의 망 연결과 트래픽 소통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다"며 "'합의'가 없다면 '무상 합의'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SKB 측은 2016년 SIX를 통한 퍼블릭 피어링 연결 방식과 2018년 8월 이후의 프리이빗 피어링 연결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퍼블릭 피어링'은 인터넷 접속 지점인 IXP(Internet eXchange Point)와 연결된 모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와 콘텐츠 제공자(CP, Contents Provider)를 연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프라이빗 피어링'은 특정 ISP와 CP 간 개별 합의를 통해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두 회사 간 대가 지급의  논의 대상은 2018년 이후 프라이빗 피어링인데 넷플릭스와 SKB 양 사업자 간의 '직접적인 연결'인 만큼 물리적인 양자 간 회선 연결, 양자 간 BGP 세션 등의 기술적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두 사업자가 서로 간에만 트래픽을 소통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용량을 연결할 것인지에 관해 의사의 합치를 이루고 기술적으로 양자 간에 BGP 세션을 설정했다는 전언이다.

   
▲ SK남산빌딩/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SKB 측은 관련 법률 규정에 따라 넷플릭스는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SKB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근거는 민법 제 741조에 명시된 '부당 이득 반환 청구'에 있다.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고객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 인터넷 망을 사용함으로써 이득을 얻었지만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자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법 제61조상 '상인의 보수 청구권'도 거론했다.  기간 통신 사업자인 SKB가 부가 통신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기간 통신 역무인 인터넷 전용 회선 서비스를 제공한 건 영업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한 행위이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2018년 브로드밴드 교환 노드(BBIX)에서 SKB 망에 연결한 건 공통 고객인 최종 이용자를 위한 것으로, 넷플릭스도 콘텐츠의 원활한 전송이 주된 이익임을 인정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전송 품질 향상'이라는 이익은 넷플릭스를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B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우리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건 (소비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함이고, 그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기간 통신 역무인 인터넷 서비스 망 사용을 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넷플릭스는 "SKB는 당사의 무정산 피어링 정책을 인지하고도 계속 연결 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 홍콩으로 변경·추가할 것을 요청했다"며 "언제든지 디피어링할 수 있음에도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럽 연합(EU) 27개 회원국 통신 산업 규제를 총괄하는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가 망 이용 대가 지급 강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최근 재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