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온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차입금 1057.25% 급증
삼성SDI·LG엔솔,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Q까지 부채 3조↑
SKC "인더스트리 매각 완료 시 부채율 120%까지 낮춰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배터리·소재 업계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차입금과 이에 따른 부채가 증가하고 있어 재무 구조 관리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최근 발생한 고금리 상황은 기업에 불리하다. 투자를 위한 자금 유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입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배터리·소재 업계에서 자금 조달 문제는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 SK온 전기차배터리 유럽2공장/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SK온은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에서 2차 전지 소재 회사 에코프로와 중국 전구체 기업 거린메이(GEM)와 생산 법인 설립 업무 협약을 지난 24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아발론·스노우레이크와 계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호주에서는 천연 흑연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세계 각지에 광물 조달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앞서 자원 안보 동맹의 중요성과 압박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부 수혈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SK온 투자 유치를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의 건'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SK온은 신주 발행을 통해 1조3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쥐게 된다. 또한 동일한 조건으로 추가 투자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밝혀 장기 재무적 투자자 유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국내외 정책 금융 기관 자금과 장기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필요 자금을 순조롭게 조달하고 있으며,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만큼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017년 1조3388억 원에서 올해 9월 15조4933억 원으로 1057.25%나 급증했다. 연 평균 2조8309억 원씩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비율도 역시 6.88%에서 51.8%로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온의 분사 이후 글로벌 시장 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차입금 규모를 늘린 게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SK온은 1년 이내에 단기 차입금 차환 만기 부담을 지고 있다. 향후 5년 간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안정적으로 집행하려면 부채의 만기 구조를 장기화해 불확실성이 큰 자본 시장 내 재조달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독일 하노버 IAA 2022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각형 6세대 배터리(P6)./사진=삼성SDI 제공

다른 배터리 회사들 역시 부채가 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부채가 3조 원 가량 늘었다. 작년 말 10조6364억9368만 원이던 부채는 13조4603억1966만 원으로 26.55% 급등했는데, 전체 부채 중 배터리 사업의 비중이 97.9%에 달한다. 작년 말 95.5%보다 늘어 삼성SDI 재무 부담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부채 총계는 15조217억64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18조7248억9100만 원으로 24.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도 8조3214억9600만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4% 늘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자본금이 늘어 부채 비율이 삼성SDI는 171.8%에서 88.47%로, 마찬가지로 171.8%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88.5%로 줄었다.

   
▲ SK넥실리스가 생산 중인 전지용 동박/사진=SKC 제공

SKC는 '안정적인 벌크업'을 추구한다. 업계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전고체 제품이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박 소재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니켈박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해외 증설에 올해 안으로 1조 원 넘게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투자가 늘면서 부채 비율은 189.06% 수준으로 올랐는데, 이는 지난 2분기 170.78%보다 18.28%p 높아졌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인더스트리 소재 사업부 매각을 이달 중 마치면 12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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