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환경, 우리나라 수출여건 및 경쟁력 저하 현상 초래...장기침체 가능성 제기
구조적 개혁, 여가문화 및 의료건강 분야 규제 과감히 풀어 새로운 내수서비스 동력 찾아야
[미디어펜=김재현기자]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 환경은 여의치 않고 내수성장도 외통수다. 인구의 변화, IT발전, 교역자유화, 신흥국 도시화 등에 따라 소비행태가 바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내수 동력을 찾지 않는다면 장기침체를 맞닥드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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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장기침체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는 수요위축의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명동거리가 관광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
기대수명 증가와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후준비자금 증가로 정부의 의료와 연금 지출에 대한 재정지원이 한계에 부딪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은퇴에 대비하면서 소비를 억누를 가능성 탓에 내수는 꼼짝못하는 코마상태에 빠질 수 있다.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들은 올 1분기 글로벌 민간소비가 부진했던 것과 달리 2분기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JP Morgan은 1분기 글로벌 민간소비는 부진했으나 글로벌 PMI 고용지수 개선, 증기 강세 등으로 2분기에는 개선(연율 -0.8%→4%)될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 2분기 민간소비는 3%(연율)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다. 소비자의 결혼, 출산, 고용시장 진입 등이 늦어지고 맞벌이 가구 증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 6개 선진국 에서 50세 이상 인구가 높은 실업률과 학자금대출 상환부담을 지고 있는 청·장년층보다 민간소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 수준 향상과 취업 등으로 경제여건이 나아진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급속한 도시화로 소비재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 증가 등 소비행태가 바뀌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곱씹어보고 소비진작 차원의 정부 대책이 유효적절하게 처방되지 않는다면 장기침체의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
유럽 국가 중 장기침체의 충격이 큰 대표적 사례가 그리스다. 그리스는 유럽의 후발 선진국이다. 한때 고성장을 통해 독일, 영국 등 선발 국가들을 가파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지만 장기화된 경기부진의 충격때문에 선발주자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리스는 유럽 국가 중 가장 극단적인 성장률 추락을 경험했다. 1960년대 평균 8% 성장을 기록했지만 70년대 5.5%로 다소 둔화됐다. 80년대 0.8%로 성장세가 급락했다.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불씨를 키웠지만 생산성 저하가 장기침체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포퓰리즘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중심에 서 있다.
유로뱅크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의 총요소생산성은 1960~1973년 기간 중 6.5%씩 성장했으나 70년대 후반 2.0%로 급감했다. 80년대 이후 큰폭의 마이너스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수요위축으로 많은 국가들이 생산성 저하를 겪었지만 그리스의 충격이 컸다"며 "과도한 임금상승, 재정의 방만한 운용, 무역 폐쇄성 등이 공통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분석했다.
그리스는 1974년 민주정권 수립 후 정치혼란을 막기 위해 과도한 선심성 정책들을 남발했다. 이 과정에서 실질임금이 생산성 증가 이상 빠르게 확대되면서 비용 상승과 기업경쟁력이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스는 1990년대까지 고용보호 입법이 강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라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근로자 해고절차가 까다롭고 임시직 고용에 대한 제한이 컸던 만큼 고용비용이 높았다. 이에 기업부문의 고용이 제약됐고 자영업 비중이 상당했다. 80년대초 유럽공동체(EC)에 가입했지만 부족한 투자와 높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역내수출이 크게 늘지 못하는 등 통합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재정적자 누적도 경제회복을 어렵게 했다. 그리스는 70년대 중반 이전까지 재정흑자를 유지했다. 1980년대에는 GDP의 10%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우리나라에게 불리한 세계경제 환경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스와 같이 장기침체를 겪었던 국가들의 상황과 우리의 환경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는 5% 가까운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 초반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성장률를 3% 초반대로 내리면서 정부 전망치(3.8%)의 격차를 벌였다.
환율전쟁, 돈풀기, 유가 등으로 글로벌 산업지도가 바뀌었다. 우리 수출은 성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수출 악재를 커버하기 위해서 내수가 뒷받침해야 하는데 여력 형편이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기침체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는 수요위축의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이후 급격하게 떨어져 지난해까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래 불안감으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가계의 대응이 경제 전체적으로 수요를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결국 성장과 소득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부동산 대세상승 신화가 종료되면서 가계는 더 많은 노후대비 자산을 필요하게 된다.
노동투입을 통한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력 향상에 어려움이 있다. 고용증가가 대부분 은퇴연령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서비스업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 부문의 생산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까지 빠른 고용증가를 보였던 도소매업이나 개인서비스업의 고용이 올들어 이미 크게 둔화됏으며 자영업자수도 줄고 있다. 올 4월까지 취업자 증가수가 평균 30만명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가까운 미래를 보면 사정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예정이다. 정부가 고용률 제고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고령인구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데다 높은 진학률로 취업개시연령이 높다는 점으로 인해 고용률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근로시간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2019년 중 0%p로 둔화되고 2020~2030년 중 -0.5%p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때 현재와 같은 자본투입 둔화 추세와 생산성의 낮은 성장기여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5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대에는 1% 중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장기침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국민들이 필요로 하지만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소비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적극적인 시장창출 노력이 요구된다"며 "여가문화와 의료건강 분야에서 소비를 제약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부족한 인프라를 늘려야 하며 내수서비스 활성화 정부정책을 더욱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해 대대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