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민주당 반도체법-풍력특별법 조건부 처리에 격앙
“허가 남발로 이미 빈 바다가 없을 만큼 포화 상태”
“‘어업활동보호구역’도 침범하고 있어... 어민 피해 막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국회가 통과에 난항을 겪는 반도체특별법을 두고 풍력발전특별법 통과를 조건부로 함께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 어민들이 “우리에게 생사가 달린 문제를 볼모로 삼겠다는 발상”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5일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책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 인근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수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풍력발전특별법안을 만들어 국회 입법을 건의키로 했다./사진=수협


수협 해상풍력대책위는 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달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이하 ‘산업소위’) 회의에서 풍력발전특별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면서 반도체특별법 통과 조건으로 풍력발전특별법 동시 처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재창 수석 대책위원장(영광군수협 조합장)을 비롯한 전국 7개 권역위원장과 수협중앙회 김기성 지도부대표가 참석했고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관계자를 참석토록 요구해 관련 동향을 청취했다.

대책위는 이날 회의에서 해수부가 해상풍력 논의 과정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이 상황까지 온 것이라 지적하며 바다에서의 모든 사업은 해수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수산업계 요구사항을 반영한 별도 법률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 입법발의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수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기존 개별사업 정리방안뿐 아니라 환경성 평가의 과도한 면제·간소화와 해상교통안전진단 면제 등 인허가 간소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상풍력에 특화된 대체법률을 수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 국회에 입법 건의할 예정”이라며 “국회가 특별법 논의를 더이상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수산업계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 22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풍력발전특별법을 상정해 논의한 바 있지만 수산업계 반대뿐 아니라 관련 부처 간 이견 또한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 처리가 답보상태에 있다.

29일 회의 시 국민의힘은 수협 측이 대안을 마련해 오면 함께 논의해보자는 입장인 반면 특별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조속한 처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지난해 5월 풍력발전특별법이 발의되자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등 수산단체와 함께 △기존 개별 민간사업 양성화 우려 △어업인 참여절차 부재 △환경영향평가 면제 등 환경성 검토 부실 △과도한 인허가 의제처리 등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별법 추진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수산업계 요구사항이 담긴 건의서를 관계부처와 국회에 제출하는 등 활발한 대응 활동을 펼쳐 왔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과 관련 부처는 지난 일년 반 동안 수산업계가 제기한 특별법안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지속해 왔으나 ‘기존 개별 민간사업 정리 방안 마련’은 재산권 문제 등 과도한 규제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법안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계는 이미 200여 개에 달하는 풍황계측기, 70여 개 발전사업허가 취득 등 개별사업 입지 선점과 허술한 허가기준에 따른 허가 남발로 이미 해상풍력사업을 위한 빈 바다가 없을 만큼 바다가 포화 상태이며, 특히 기존 허가사업 94.1%는 정부가 지정한 ‘어업활동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있어 주 조업지 상실로 어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자명한 상황인 만큼 기존 개별 사업에 대한 정리방안 없이 국가가 대규모 해상풍력 입지를 발굴하는 것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산업계는 “어민의 생존권이 달린 법안을 국회가 법안 거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어민의 목소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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