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김준희 기자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네 탓 내 탓을 떠난 억울함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공공의 적'이 되는 순간 도매금이다. 맹목적인 여론은 폭력이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돌팔매질은 야속하기만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야기다. LH는 지난해 여론의 '뜨거운 감자'였다. 부동산 정책의 소용돌이 속에 불거진 LH '문제'는 분노의 폭발 대상이 됐다.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 대표적인 ‘비리’ 조직이 됐다. 여론은 '공직 기강이 무너졌다'며 뭇매질을 했다. 당시 '투기꾼과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도 LH를 '미운 자식' 취급을 하며 채찍을 들었다. '공기업에 취업했다'며 뿌듯했던 직원들은 한 순간 죄인인 된 양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수사 결과 법적 처분을 받은 인원은 5명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신도시 사전투기 관련자 수사현황 및 사법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은 48명 중 1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4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불송치와 무혐의는 각각 6명, 8명이다. 14명은 기소단계, 17명은 수사단계다.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이들 5명으로 인해 직원 수 1만명에 달하는 조직 전체가 죄인처럼 숨 죽여야 하는 마녀사냥을 당한 셈이다. 해당 인원 5명은 임직원 행동강령 등 위반 사유로 파면됐다.

LH는 투기 사태 이후 강도 높은 혁신을 단행했다. 임직원들은 재산을 모두 등록하도록 하고 부동산 신규 취득도 제한했다. 부동산 보유·매수 현황도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철저한 투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직원들의 일탈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전경./사진=LH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임대주택 등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때다. 이제는 LH가 본연의 역할인 임대주택 공급 및 주거복지 확대에 충실할 수 있도록 채찍보다는 당근을 줄 필요가 있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민간 건설사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LH는 내실도 다져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LH 총 차입금은 약 79조5600억 원으로 이 중 장기차입금이 약 74조1200억 원, 단기차입금이 5조4500억 원 수준이다. 유동부채인 단기차입금 비중을 꾸준히 낮춰 재무안정성을 높였다.

실적도 '역대급'이다. 지난 해 매출 27조3459억 원, 영업이익 5조6480억 원으로 공사 통합 이후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해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실적 등 수익성 지표만 놓고 봤을 땐 전체 공기업 중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미운 자식' 취급을 했던 LH로부터 7441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체 공기업 중 한국산업은행(83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새로운 리더십 등장으로 직원들의 의욕도 고취되고 있다. 지난달 부임한 이한준 사장은 고위직에는 엄격한 반면 실무진과 평직원에게는 부드러운 태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랫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자세로 그간 주눅들었던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증되지 않은 여론은 마녀사냥에 가깝다. 1만 여 명의 직원이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 됐다. 몇 명의 빗나간 욕심이 조직을 덮쳤다. 정치와 정책의 실패가 덧 씌워지면서 모두의 올가미가 됐다. 법의 잣대가 공정하고 정의로우면 빗나간 화살 같은 여론은 설 자리가 없다. 여론의 마녀 사냥 몰이는 이제 그만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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