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 시장성, 운항 항공편·여객·화물량으로 입증
사천, 2019년 968편 운항…시장성 부족하다는 증거
소모적 논쟁, 국가적 역량 갉아먹어…기능 분담 필요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STK 는 '인천공항 화물기 개조 사업 투자 유치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 3사는 2024년부터 보잉 777-300ER 개조 화물기 초도 물량을 생산하고, 대형 화물기 중정비 사업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곳에서 개조 작업을 마친 항공기는 아틀라스항공·DHL·페덱스·UPS·아마존 에어 등 글로벌 항공 특송 회사들을 겨냥한 상품이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2040년까지 누적 수출액이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5일 아틀라스에어월드와이드홀딩스(AAWW)·국내 항공 정비 전문 기업 샤프테크닉스케이(STK)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 유지·보수·운영(MRO) 등 정비 허브 투자 유치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인천공항은 전 세계 124개국 430여 개 공항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 화물 항공사 아틀라스항공그룹을 유치한 셈이다.

   
▲ IAI가 개조 작업을 진행한 여객기./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AAWW는 STK와 합작 법인인 '아틀라스에어테크니컬서비스(AATS)'를 설립해 대형기 기준 3베이 규모의 전용 정비 시설을 건립해 2026년 본격 운영에 나선다. 이는 중정비 2대·경정비 2대 등 대형 화물기를 최대 4대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후 2030년부터는 정비 시설 용량을 2배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한항공도 3346억 원을 들여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 456 소재 부천원동기정비공장을 인천 영종도로 이전해 기존 연면적 대비 5배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 5종 연간 100대까지만 정비만 가능했던 부천 엔진 공장에 비해 총 9종 연 300대까지 정비 역량을 키운다는 게 대한항공의 복안이다.

하지만 행정 기관들이 문제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인천과 치열한 MRO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남 사천시는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MRO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중심으로 한 항공산업체들이 있는 만큼 인천에 뒤질 수 없다는 논리다.

지역 언론사들을 동원해서는 여론전을 형성하기도 했고, 사천시를 지역구로 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인천공항공사로 하여금 항공 MRO 사업에서 철수하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우주항공청을 신설하겠다고 했고, 결국 부·울·경 지역 민심 달래기용으로 사천을 낙점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역행'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정비 작업을 받는 대한항공 A380 여객기./사진=연합뉴스

항공 MRO 산업체들이 인천에 터를 잡는다는 것은 항공사들 접근성이 타 지역 대비 압도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이미 수도권에서 국내 항공 MRO 시장성이 입증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통계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창궐하기 전인 2019년 기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48만1824편이 운항했고, 승객 8568만832명과 화물 392만3939톤을 처리했다.

반면 같은 해 김해국제공항의 운항 편수는 8만 7715편, 여객 처리 실적은 1317만 6441명, 화물 처리량은 1만 8185톤이었다.

특히 사천공항의 경우 당해년도 운항편수는 968편이었고 1만 8526명이 타고 내렸다. 사천공항의 처리 화물량은 395톤에 불과해 수도권 공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 국산 전투기 KF-21./사진=공동사진취재단

항공 MRO 시장은 기본적으로 민항기-군용기 시장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일정 금액을 갹출했고 지상조업사 샤프에비에션에 인천 소재 MRO 사업부를 조직한 바 있다.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인천·김포를 허브 공항으로 둬 보유 항공기들을 사천까지 보낼 여력도, 시간도 부족해서다.

사천에는 국산 전투기 KF-21을 제작한 KAI의 본사가 있고, 자회사 KAEMS는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MRO를 전담하고 있다. 또한 현지에는 항공기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들이 다수 있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항공 MRO 역량이 훼손되면 이는 '국가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과 사천 간 명확한 역할 내지는 기능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 권력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수록 시장을 왜곡 시키고 악영향을 끼친다. K-항공 MRO 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정치가 아닌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