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결국 사과했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던 김기중 감독은 고사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일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으로 선임 발표된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김기중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다.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흥국생명 감독직을 맡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흥국생명 구단은 김기중 감독의 이런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고, 당분간은 김대경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 사진=흥국생명 배구간 홈페이지, SNS


또한 흥국생명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형준 구단주와 신용준 단장 명의의 사과문에서는 "배구팬들과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단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먼저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핑크스파이더스를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써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되어서도 안될 일임에 분명합니다"라며 "흥국생명 배구단은 앞으로 경기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입니다. 구단의 굳은 의지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경기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흥국생명 배구단의 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흥국생명 배구단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팀이 이번 시즌 리그 2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구단 측이 선수 기용 문제 등 팀 운영에 직접 개입해 권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왔고, 일부 팬들은 구단의 부당한 처사라며 트럭을 동원한 항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권 감독 사퇴 후 이영수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5일 GS칼텍스전을 치른 후 그 역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해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구단은 6일 김기중 감독을 급히 선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 역시 감독직을 고사했고, 구단은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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