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969년생, 올해 54세가 되는 투수가 프로 경기에 실전 등판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대성불패' 신화를 남긴 한국야구 레전드 구대성(54)이 다시 프로리그 마운드에 올라 피칭을 한다. 

호주프로야구리그(ABL)에 참가 중인 질롱코리아는 16일 "구대성 질롱코리아 초대 감독이 팀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코치진이 아닌 선수로 활약한다"고 구대성의 팀 합류 소식을 알리며 "19일부터 시작되는 애들레이드와 마지막 시리즈에 출격한다.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며 꾸준히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대성은 2010년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공식적으로는 현역 은퇴를 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호주 프로야구리그에서 마운드에 오른 경력이 있다.

   
▲ 2019년 1월 실전 등판 당시 구대성. /사진=질롱코리아 공식 SNS


구대성의 마지막 실전 등판은 2018-2019시즌 ABL 경기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질롱코리아의 초대 감독을 맡고 있던 구대성은 2019년 1월 20일 브리즈번전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마운드에 오르면 4년만의 실전 투구가 된다.

구대성은 질롱코리아를 통해 "이병규 질롱코리아 감독과 구단이 흔쾌히 허락해줘 다시 질롱코리아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며 "1993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으니 이번 등판으로 30년을 채울 수 있게 됐다"고 남다를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시속 130km 정도는 던지도록 계속 몸을 만들었다. 같이 뛰는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많은 이닝을 던져 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구대성이 실전 등판하면 당연히 호주프로야구리그 최고령 투수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최고령 투수는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코치 겸 선수로 뛰고 있는 크리스 옥스프링(46)이다. 옥스프링은 이번 시즌에도 선수로 뛰었는데 구대성보다 8살 젊다.

구대성은 한국야구 최고의 좌완투수 계보를 이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3년 빙그레(현 한화)의 1차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통산 569경기에서 67승 71패 214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다승왕 1회, 방어율왕 2회, 정규시즌(1996년) MVP를 수상했다.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는 대표팀의 좌완 특급으로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주역이었다. 일본(오릭스 블루웨이브)과 미국 메이저리그(뉴욕 메츠) 등 해외리그에서도 뛰었고, KBO리그 은퇴 후 호주의 시드니 블루삭스에 몸담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레전드 40인'을 선정했는데, 구대성은 투표에서 전체 8위에 오르며 레전드 40인에 뽑혔다. 

한편, 질롱코리아는 2022-2023시즌 ABL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성적은 13승 22패로 리그 6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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