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항서(64) 감독이 기대했던 멋진 피날레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영웅'으로 남게 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6일 밤(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태국과 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0-1 패했다.

지난 13일 1차전 홈경기에서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합계 스코어 2-3으로 뒤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휘두른 마지막 경기였다. 박 감독은 이번 달 말로 베트남 대표팀 감독 계약 기간이 만료돼 5년여간 이어온 위대한 동행을 끝낸다.

   
▲ 베트남과 5년 동행을 마무리하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박항서 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우승이 아닌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것은 아쉽다. 하지만 5년간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 안겨준 놀라운 성적은 '역대 최고 감독'이라는 찬사로도 부족할 정도다.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당시에는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겸임)한 박항서 감독은 2018년 1월에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부터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부임한 지 3개월만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U-23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우즈베키스탄에 져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베트남 축구 역사상 AFC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베트남에는 축구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박항서 감독을 명장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시작에 불과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은 4강에 올랐다. 이 역시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쾌거였고,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쌀딩크'라는 별칭이 저절로 붙었고 '박항서 매직'은 화제 만발이었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놀라운 성과를 잇따라 낸 박항서 감독은 A대표팀으로 영광을 이어갔다. 2018년 스즈키컵(미쓰비시컵 전신)에서 베트남을 정상에 올려놓아 베트남 전역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후 박 감독과 베트남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됐다.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까지 진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베트남을 사상 최초로 최종예선까지 진출시켰다.

그리고 박 감독은 이번 미쓰비시컵에서 베트남을 준우승까지 이끌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결승 2차전 원정 응원에 나섰던 베트남 축구팬들은 비록 베트남이 패하며 우승을 놓쳤지만 떠나는 박 감독에게 진심을 담아 뜨거운 격려를 했다.

박항서 감독이 5년여 전 베트남 대표팀을 맡았을 때 베트남의 FIFA 랭킹은 130위였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떠나는 현재 베트남의 FIFA 랭킹은 96위다. 아시아 축구, 아니 동남아 축구에서도 변방에 속했던 베트남은 박 감독과 함께하며 세계적 위상이 34계단이나 높아졌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의 영원한 영웅이듯, 베트남 축구 역사의 곳곳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영원한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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