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합동 점검…부적격 사례 52건 적발
"노선·지반 관련 대 주민 선동, 법적 조치 취할 것"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입주자대표회에 대한 수사 의뢰 방침을 내비쳤다. 제대로 된 증빙 서류도 갖추지 않은 채 공금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반대 집회에 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부적격 사례 52건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4건은 수사 의뢰하고 1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에 대한 조사는 GTX-C 노선 통과를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 재건축추진위는 은마아파트 지하로 GTX 철도 차량이 지나다니면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회를 요구했고,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해왔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가 시위 현장행 버스를 대절하고 참가자에게 비용을 지급할 때 임의로 공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서게 됐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추진위는 잡수입 중 GTX 반대 집회에 97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대응·조치 비용'은 입주자 동의를 거쳐 잡수입에서 쓸 수 있다는 관리 규약에 따른 것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잡수입 사용과 관련한 서면 동의 결과(과반수 찬성)를 공고했다. 그러나 세대별 서면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고, 집회 참가비를 지급받은 참가자가 실제 현장에 참여했다는 입증 자료 또한 없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장부와 증빙 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운영비를 GTX 집회 비용으로 사용하려면 주민 총회를 통해 사전에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추진위가 임의로 운영비를 집행하고 나서 예산안을 사후 추인한 점도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안 사후 추인은 토지 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중요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처벌 규정이 없어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추진위가 월간 자금 입출금 내역과 주민 총회 의사록 등 추진위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정보 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55건 적발됐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의 알 권리 보호 차원에서 정비 사업 정보를 법정 기한인 1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업무 추진비를 야간·주말 등 근무 시간 외에 사용한 경우에는 업무 연관성을 증빙해야 한다. 하지만 증빙 서류가 없었고 업무 추진 전반에 대한 내부 감사 보고서가 없어 감사가 실제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 수선 충당금에서 지출해야 하는 공용 시설 보수·교체 공사 비용을 수선 유지비·승강기 유지비에서 지출하는 등 회계를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한 13건도 적발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수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부적격 사례도 11건이나 됐다.

시설 교체·유지·하자 보수를 했을 때는 유지 관리 이력을 공동 주택 관리 정보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이 의무임에도 이와 관련한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아울러 동대표 후보자 범죄 경력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전반에서의 부적정 사례는 9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은마아파트에서 전반적인 관리 부실과 위법 사항이 여러 건 발견된 만큼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운영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 소홀·부적정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GTX-C 노선과 지반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 점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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