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김재현 산업부장.
메르스 공포 확산, 성숙한 시민의식·배려 절실할 때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싸늘하다. 하지만 걱정마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시민의식보다 빠르니까. 앞 사람에서 '에취', 뒷사람에서 '콜록', 다시 뒤에서 마스크 쓰는게 유난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다시 앞 자리에서 재채기. 당신들의 몰지각한 안전불감패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영화 타짜의 대사를 인용했지만 요새 출퇴근 시간의 풍경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무사하신가요?" 아침인사가 달라졌다. 메르스 공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과 극도의 공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메르스 3차 감염까지 이르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냐며 정부를 향한 날선 비난을 날린다. 정부의 늦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고 또 다른 곳에 화풀이를 해댄다. 중동에 다녀온 사실을 밝히지 않은 최초 감염자, 확진 판정을 받고도 해외출장을 간 감염자, 이를 막지 못한 의료진 등이 주인공이다.

해외출장을 강행한 감염자는 중국 현지에 격리됐다. 중국 내에서 중국인 메르스 환자가 나오면 한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자칫 외교적 마찰로 확대될 조짐이다.

심지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도 골프를 쳤다는 소식에 한마디로 멘붕(?)이다. 답답했다는 이유로 지인들과 골프 망중한을 즐겼다니 매우 위험하고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들에게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 쇼크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품귀현상까지 보인다. 국민안전을 미끼로 마스크 매점매석하는 상술꾼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마스크 착용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배려다. 그럼에도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유난떨고 있네", "어차피 마스크 쓰고 안쓰고 재수없으면 걸리기 나름"이라며 그들을 싸잡아 비아냥거린다.

길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사람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출퇴근 시간에 쉽게 목격된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일찍 출근해야 하는 피곤함에 짜증스럽지만 기침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또 다른 짜증으로 몰려온다. 손을 가리지 않고 멋대로 기침하는 사람에게는 증오의 눈총을 맞는다.

사람이 몰리는 대중 장소도 꺼리는 곳이다. 백화점과 음식점에는 사람들의 자취가 줄어들었다. 소비패턴도 달라졌다. 지난 주 까지 대형할인마트에 고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치른 것과 달리 메르스 3차 감염이 발표되자 유독 고객의 발자취가 줄어들었다. 메르스 괴담에 몸을 움추린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이다.

화장실 사용 후 유난히 손을 씻지 않기로 유명한 한국인이 메르스 여파로 잘 씻게 됐다니 메르스 공포는 상당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SNS를 통해 괴담을 실어나르기까지 한다. 메르스 괴담에 한반도는 마비상태다. 허위 사실유포가 우리 사회를 마비시켰다.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는 건강한 소통의 동맥을 끊어버린다. 가뜩이나 골든타임에 허덕이는 경제는 동력을 잃었다.

나만 아니라는 생각, 남 탓이라고 비난을 돌린 틈을 타 다시 안전 불감증은 고객를 들었다.

   
▲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한 중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대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 공동체의 안전과 배려에 성숙하지 못한 국민의식이 부끄러울 정도다. 배려는 없고 남 탓에 열중이다. 본인의 시민의식은 안중에도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깨워준 생명과 안전이라는 최우선 교훈을 망각한채 정부와 당사자에게만 비난을 쏟아붓는다.

메르스는 일반적으로 2m 이내에서 기침, 재채기를 할 경우 나오는 분비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는 말 그대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중동에서 발생된 메르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메르스는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 외에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있을 수 있다.

메르스 감염 후 2~14일 가량의 잠복기를 보인다. 증상 전에는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를 예방하려면 자주 비누로 손을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기침할 때는 입과 코를 휴지로 가리고 발열이나 기침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에 연락하고 가족과 주변사람을 위해 접촉일로부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환자와 밀접 접촉했다면 중동지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에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의사의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를 알고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 나만 아니면 된다는 불감증이 메르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질병이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최선이다. 노력이 아닌 당연지사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신념은 시민의식을 더욱 꽃피웠다. 전염병이 꿈틀거릴때 상대방을 배려하고 위하는 문화가 생활화되고 있다. 사스나 에볼라때도 마스크 착용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성숙한 국민의식의 승리다.

메르스는 나만 조심한다고 나만 피해갈리 없는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이다. 불구경 하듯 남 일처럼 대할 때가 아니다. 정부도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정부의 무능을 타박하는데 끝내지 않고 집안 싸움을 그쳐야 하며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 자기를 통해 감염자가 더 늘어나지 않겠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시민의식을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