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위상 회복…4대 그룹 재가입이 관건
선진국 도약 위한 발판…전경련 역할 중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쇄신 방향에 관심이 집중 된다. 향후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면서 한국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다음 달 23일 정기총회를 열고 허창수 회장의 후임 회장을 선출한다. 지난 2011년 전경련 회장직에 오른 후 5차례 연임한 허 회장은 권태신 상근부회장과 함께 이번 임기를 끝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전경련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과거 위상의 회복은 물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전경련의 역할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지금 내부 쇄신은 물론이고 4대그룹의 전경련 가입이라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며 “혁신과 전경련 외연 확장을 이끌 수 있는 중량감 있고 신망이 두터운 적임자를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전경련 위상 회복…4대 그룹 재가입이 관건

무엇보다 전경련이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4대 그룹의 재가입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결정함과 동시에 그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후 ‘재벌 개혁’을 정책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전경련에 ‘패싱’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줬다. 이에 따라 재계 맏형 자리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줘야 했고, 전경련의 위상은 옛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전경련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법인세 인상’ 등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에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전경련의 기조를 지켜왔다. 이는 허창수 회장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후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정책 기조로 언급하면서 전경련의 위상 회복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그때까지도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말을 아끼거나 선을 그었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차기 회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4대 그룹이 재가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 
선진국 도약 위한 발판…전경련 역할 중요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역할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대한상의나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총의 경우 노사 관계에 특화된 단체이고,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상의의 경우 첨예한 이슈에선 대기업의 입장을 생각하기 보단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위상 역시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최소 미국의 대기업의 비율과 비슷해져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250인 이상 기업이 20~30% 정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9%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비중을 늘리는데 전경련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오 교수는 “전경련은 향후에도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전경련만의 특화된 내공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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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의 보루, 싱크탱크 잘 되려면

허창수 회장과 함께 물러나기로 결정한 권태신 상근부회장의 후임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 오너 출신이 큰 그림을 갖고 전경련을 이끄는 한편, 자유시장경제 싱크탱크 역할에 매진할 수 있는 부회장 자리 역시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 당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며 이와 관련된 활동을 펼쳐 왔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일관되게 펼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를 핵심 가치로 내걸고 친시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부의 역할에 기대기 보단 민간 차원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현진권 강원연구원 원장은 “전경련의 혁신 방향은 기업과 시장경제를 지키는 조직을 재건하는 것에 있다”며 “정부가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민간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연루 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위축됐던 만큼,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기업과 경제라는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교수는 “그동안 정치권과 유착됐던 문제가 전경련을 곤경에 빠지게 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정치권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정부가 못하는 시장개척이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동빈‧이웅열‧김윤 차기 회장 하마평…손경식은 글쎄

허창수 회장의 후임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허 회장의 사의 표명 직후 손경식 경총 회장을 차기 전경련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지만 전경련 안팎에서는 손 회장의 차기 회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쇄신을 이유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위원회까지 꾸린 상황에서 대한상의와 경총 회장을 거쳤고, 연배가 높은 손 회장이 혁신을 이끌기엔 걸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각에서 전경련과 경총의 합병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확인되거나 정해진 것이 없다”며 “2월이 지나면 차기 회장에 대한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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