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쌓기 힘들고 반감 누적된 상황…윤핵관 등 '안철수 말꼬투리' 이유로 격노 표출
쉽지 않았던 대선 단일화부터 인수위 불협화음·내각 인선·지방선거·인사 문제까지 '평행선'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30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과 선을 긋고 나섰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으로 안철수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우 위원을 지난 2일 전격적으로 해촉한데 이어, 지난 4~5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해 이진복 정무수석·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까지 나서 안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비판 언급을 그대로 전하는 모양새로, 대통령실이 안 의원에 대해 본격적인 메시지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 시각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를 바라보면, 이번과 같은 입장이 쉽사리 이해된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여러모로 신뢰를 쌓기 힘들고 반감이 누적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지난해 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부터다. 당시 3월 9일 대선 당일에 단 6일을 남겨두고 양측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극적이라기 보다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당초 2월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안 후보는 2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기자회견 이후 윤 후보는 후보끼리 만나 탑다운 방식으로 논의하자고 거듭 전했으나, 안 후보는 협상 불가를 설명했다. 더욱이 안 후보는 당시 "윤석열을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을 윤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호감이 생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선 직전 단일화를 해 '윤 후보' 지지로 이동한 '안 후보' 지지자가 있었겠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로 이탈했거나 투표를 포기한 '안 후보' 지지자도 있어 단일화가 윤 대통령 당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 2022년 3월 3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현 대통령)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선언을 가진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 단일화 선언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단 6일 앞둔 시점이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러한 불협화음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이어졌다. 인수위원 24명 중 안 인수위원장측 인사는 8명 참여했는데, 이중 윤석열 정부 요직에 뽑힌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인수위 당시 4월 13일 이러한 장관 인선 이견으로 만찬회동이 불발됐고, 이튿날인 14일 안 인수위원장이 결근해 충격을 던졌다. 1~2차에 걸친 조각 인선안에서 안 위원장측 인사가 사실상 제외되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읽혔을 정도다.

양측의 불협화음은 여러 차례에 걸친 인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끊이질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이긴 직후 안 의원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했지만 안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에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도 전해졌다.

또한 지방선거에서는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경기지사 도전을 기대했지만, 안 의원은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임했고 결국 3선 의원에 올라 현재 당권을 노리고 있다. 여러모로 집권 1년도 채 되지 않은 윤 대통령에게 반감만 누적되는 상황인 것이다.

3선 의원으로 국회 입성 후 당내 혼란 당시 보였던 안 의원의 태도 또한 부정적으로 읽힐 수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이준석 당대표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을 때다. 안 의원은 그 때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당내 혼란 봉합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본보 취재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안 의원 간의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이태원 사고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입장 차였다.

윤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이태원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상민 장관에게 일단 진상규명을 맡기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건 나중이었지만, 안 의원은 직접 '윤 대통령 최측근'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당내 목소리 분열의 씨앗이 되었다.

이뿐 아니다. '정치인 안철수'라는 정체성이 절대 승리해야 할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 의원은 정치 인생을 박원순 서울시장 자리 양보로 시작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와 상임고문을 맡았고, 이어 국민의당을 세워 2차례 대선 후보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윤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지만, 정확히 10년 전인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했을 정도다.

정치적 야심이 상당하지만 좌우를 넘나드는 안 의원 행보는 '두번의 탈당과 네번의 창당'이라는 숫자로 요약된다.

6일 안 의원은 공식 일정을 중단하면서 잠시 휴식에 들어갔지만, 추후 근시일 내에 당권주자로서 행보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어디까지 지켜보고 추가적인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어떻게 바라보아도 긍정적인 신호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