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국내 사용을 공식화하면서 1000조원에 달하는 카드시장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기존 고객은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와 선호도가 높은데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기다려온 만큼 카드사들 사이 시장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전경/사진=애플 제공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등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해석을 고려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같이 실물카드를 휴대하지 않아도 신용·체크카드를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에 저장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33.31%, 삼성전자는 61.95%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 수는 약 1100만명으로 파악되며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면 카드업계의 시장점유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국내·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등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으로 1~4위를 차지했다.

과거 현대카드는 개인 신용카드 판매 3위권을 유지해오다 2018년 KB국민카드에 3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후 2019년 코스트코와 단독 제휴 관계를 맺고 다양한 맞춤형 제휴카드 출시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우선 도입하는 것을 기회로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 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카드는 미국 애플사와 계약을 맺고 상당 기간 물밑에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준비해온만큼 내달 초쯤 출시가 유력시된다.

국내 법령 여건상 배타적 사용권을 유지하지 못해 경쟁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지만, 서비스 출시 초기 현대카드가 유일한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다만 국내 가맹점의 낮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이 걸림돌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의 경우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과 NFC 기능을 모두 지원하고 있는 반면 애플페이는 NFC 기능만 지원하는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 대부분은 MTS 방식을 쓰고 있다.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안팎으로 낮다. NFC 단말기를 설치한 곳은 전국 편의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스타벅스 등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가 애플 측과 제휴 협상을 벌이고 서비스 준비를 하는데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 사용 비중이 큰 MZ세대를 중심으로 단기간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이 증가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카드사들도 참여할 것이므로 장기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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