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6일 예정됐던 무료 배식 봉사·TV 대담 출연 일정 순연
캠프 관계자 "정국 구상 숨고르기...정책 비전 마련 위한 시간"
정치권 일각, 대통령실·친윤 공세 대처 방안 마련 들어갔단 분석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반윤' 공세를 받고 있는 3.8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안철수 의원이 6일 오후 일정을 중단했다. 정국 구상을 위한 시간이라는 설명이지만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안 의원는 이날 오전 10시 50분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을 찾아 독거노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어 오후 4시 40분에는 KBS 1TV '사사건건' 대담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 공지를 통해 "안 후보의 일부 일정 순연은 상황점검 및 정국 구상을 위해 조정됐음을 알린다"라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은 안 의원에 대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친윤계 당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이 안 의원에 밀려 접전 내지 열세를 보이자 안 의원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6일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안 의원은 여권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다자대결과 양자대결 모두에서 경쟁 상대인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매일경제신문·MBN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응답률 15.7%, 국민의힘 지지층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의원이 36.0%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의원은 25.4%로 2위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 역시 오차범위 밖에서 안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45.6%, 김 후보는 37.6%의 지지율로 조사됐다. ‘그 외 인물’은 3.6%,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0.0%, ‘모름·무응답’은 3.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유선전화 RDD 방식,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실은 안 의원에 대한 압박을 공개적으로 가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윤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동격인가"라며 "대통령을 당대표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을 '반윤'이라고 저격했던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공산주의자'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사드 배치에 반대한 사람! 잘된 일은 자신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점을 언급하며 '윤안연대(윤석열 안철수 연대)'를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힘이 되겠다는 의미의 '윤힘'이라는 표현을 통해 '윤심'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몰이는 하고 있는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표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을 두고 "그걸 나쁜 표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이날 오전 7시30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윤안연대는) 대통령 후보 시절 단일화 때, 인수위원장 때 쓰던 얘기었다. 제 의도는 윤 대통령과 국정과제를 정말 충실하게, 존중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일정 잠정 중단에 대해 "상황 점검을 위한 숨고르기 정도로 봐주면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면 일정중단은 아니고 내일 있을 비전 발표회랑 연설회 등 정책 부분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의 공세에 대한 대응 차원 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정국 구상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윤핵관과 대통령실의 전방위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핵관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 앉힌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안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며 "안 의원이 시간을 갖고 대응책 마련을 위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