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K-반도체가 시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도 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60억 달러에 머물렀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08억달러) 대비 44.5%나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우리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위기가 현실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 관련 세액공제나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공장 신·증설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공장 신·증설과 장비 교체를 위한 추가 투자가 전면 제한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우리 기업의 투자·경영 상황을 설명하며 미 정부로부터 예외 조치를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강국들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자산’화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주도권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경쟁국들은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 연구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잇달아 마련하는 상황이다. 총성만 울리지 않을 뿐 사실상 전시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대만 정부는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특혜와 부자감세 논란을 벌이다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 투자 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현행 6%에서 2%포인트 찔끔 올린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반도체산업강화법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반도체 지원 정책 속도가 경쟁국에 비해 너무 떨어지고 있다. 미국, 대만 등은 뛰는데 우리는 겨우 걷는 수준이다. 당리당략 보다 국가 경제가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하루 빨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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