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궈쉬안·BYD 등 중국계 배터리제조사, 유럽 내 생산공장 확대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 하락세…유럽 내 배터리 주도권 흔들리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선점을 위해 힘써왔던 유럽 시장에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진출속도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기업인 CATL을 시작으로 BYD와 궈쉬안 등 주요 중국계 배터리제조사들이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에 생산라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 이에 한발 먼저 유럽시장에 진출해 선점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CATL 제공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배터리제조사인 귀쉬안하이테크는 최근 슬로바키아 '이노뱃'과 배터리셀·팩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규 공장 부지는 동유럽 내 물류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슬로바키아 지역으로 알려졌다. 

귀쉬안은 해당 지역에 매년 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6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귀쉬안은 글로벌 점유율 기준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견 배터리제조사다. 대주주는 폭스바겐으로 현재 폭스바겐그룹에 리튬인산철(LFP) 계열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이미 독일 괴팅겐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두 번째 생산라인을 추가하게 될 예정이다.

글로벌 1위 기업인 CATL과 3위 BYD도 유럽 내 생산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럽 내에서 중국계 배터리제조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CATL은 지난해 12월 독일 에크푸르트 지역에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헝가리에 100GWh 규모의 2공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계 배터리제조사인 SVOLT(에스볼트)도 독일 자를란트주에 1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브란데부르크 지역에 2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글로벌 3위 기업인 BYD는 미국 포드의 독일 공장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 BYD는 다른 배터리제조사들과 달리, 배터리셀 제조부터 전기차까지 만드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이다. 이런 BYD가 포드의 독일공장을 인수하면 자체생산 배터리를 통해 완성된 독자모델을 유럽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계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계 배터리 업체들이기 때문에 폭넓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BYD HAN. /사진=BYD 제공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계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유럽 진출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럽 시장에 한발 앞서 진출해 있던 만큼 유럽 배터리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중국계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자칫 그동안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유럽에 진출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7년 폴란드에 생산공장을 착공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도 같은 해 헝가리에 1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3사 중 가장 늦게 유럽에 진출한 SK온도 헝가리에 터를 잡고 3공장 양산을 현재 준비 중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들의 유럽 내 영향력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계 배터리제조사들이 유럽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제조사들의 유럽연합(EU) 내 배터리 판매 점유율은 71.4%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같은 규제가 적용되며 자동차 최대시장인 미국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어 중국계 배터리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시장은 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고, 탄소중립정책으로 인해 전기차 보급율과 인프라도 상당해 수요가 필요한 시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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