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오늘부터 시작…첫 출근부터 노조 반발에 '실랑이'
   
▲ /홍샛별 경제부 기자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보험연구2실 실장)의 사장 선임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달 28일 예탁원은 서울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통상 예탁원 사장 임명은 주총 안건 의결 이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끝이 난다. 

금융위가 지난 2일 이 실장의 사장 선임을 승인함으로써 그는 3일부터 공식적으로 예탁원의 수장이 됐다. 임기는 이날부터 오는 2026년 3월 3일까지 3년이다. 

무려 10년 만에 실행된 '비관료' 출신 사장의 취임은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낙하산 인사'라며 이 사장의 임명을 결사반대해 온 예탁원 노조원 수십명은 3일 오전 부산 본사로 첫 출근하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사장은 “금융업무 경험이 많은 만큼 예탁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노조원들을 설득했지만 15분여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원들이 이 사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문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사장은 은행, 정책금융, 디지털 혁신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석사를,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재직했다. 오랜 기간 금융업무를 해왔지만, 은행법 전문가로 연구 분야에서 일한 그의 경력이 예탁원의 주업무인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예탁원은 자본시장 내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주식, 채권, 펀드 등 증권을 예탁받아 보관하고 증권거래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자본시장 내 주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임명 과정에서의 ‘낙하산 논란’도 노조원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활동 당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또 금융위의 김소영 부위원장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 동기다. 

사장 임명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이제는 이 사장이 모든 반대를 딛고 자기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만이 남았다.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스템의 자본시장 도입, 국채 통합 계좌 구축 등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서 조직 장악력을 갖출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인사. 자리는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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