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조장' MZ 반발에 한발 물러서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등 소통에 방점
원점 재검토엔 선 그었지만 백지화 '가능성'…국힘, 토론회 열어 의견 수렴키로
尹 "MZ 의견 면밀 청취, 법안·대국민 소통 검토"…정책 의지 꺾은 첫 사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은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에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종래 주 단위로 묶여 있던 것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해서 자유롭게 노사 협의할 수 있도록 하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 여론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다." (3월 15일 오전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편에 있어서 근로시간제도를 기존 주 52시간제에서 주 69시간제로 바꾸기로 한 것과 관련해 대대적인 보완 검토를 지시하면서, 의미있는 행보를 내딛었다.

지난해 5월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본인의 강한 정책 의지를 꺾은 첫 사례로, 일부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소통에 방점을 둔 긍정적 조치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 정부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했는데, 이 입법예고안은 주 52시간(법정 노동시간 40시간 + 노사 합의시 연장근로 12시간) 상한을 특정 주에 한해 주 69시간(주 7일 근무 시 80.5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기조에 긍정적이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일명 MZ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윤 대통령이 여론 수렴을 통해 보완 검토 지시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8일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 앞서, 회의장 앞에 마련된 바이오헬스 기기 전시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의료기기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향후 정부는 고용부의 입법예고기간인 4월 17일까지 대대적인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이와 관련해 기자들을 만나 "노조 교섭력이 없는 노동시장에서의 노동 약자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더 보호를 면밀하게 해서 선택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런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 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 법안 관련 근로자의 권익 강화라는 정책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입법 예고기간 중 근로자,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듣고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보충 설명하고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또한 "이번 개편은 근로 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 네 가지 원칙하에 추진된다"고 적극 알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1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가짜뉴스와 세대 간 소통 부족 등으로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이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정책 효과를 제대로 알림과 동시에, 혹시 모를 부작용까지 면밀히 검토해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 정책의 원점 재검토는 전혀 아니다"라며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 또한 기자회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근로시간제 개편 보완 검토와 관련해 오는 16일 MZ 노조 및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한편 대통령실 안팎으로는 여론조사 의견 수렴 과정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 개편 백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도 보완이 대대적으로 가해질지, 일부 미풍에 그칠 것일지는 시간을 두고 여론을 세밀히 들여다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보완 지시가 갖고 있는 의미는 크다. 야권 및 언론 일각에서 비판해온 '불통'이 아니라 대국민 소통에 힘쓰는 발전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