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청서 ‘역대 역사인식 계승’ 누락…대승적 결단에도 굼뜬 대응 지속
“한일관계, '―'에서 ‘0'로 회복”…“일본정부, 韓 더 지켜보자 입장으로 보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지난달 6일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법을 대승적 결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제시한 이후에도 일본의 호응조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교과서에서 징용 문제의 ‘강제성’을 희석시킨 문구가 등장했고, 외교청서에서 독도영유권 주장을 이어가는 동시에‘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 기술을 누락시키면서 우리정부의 대일외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S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9.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 중 ‘매우 잘 못했다’가 42.5%를 차지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 같아서’가 58.3%였다. 이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어서’는 38.2%였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에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인 사죄·반성을 하지 않은 것이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교과서 내용은 2021년 4월 각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외교청서에 모든 것을 다 망라해 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비판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사실 강제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상반된 식민지배에 대한 역사 인식 및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까지 더해져서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에게 난제였다. 그렇다보니 2018년 대법원에서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자 일본은 우리에게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수출규제 조치라는 강경책을 쓴 것이다. 

하지만 과거 일본정부가 저지른 식민지배의 정당성 또는 합법성 여부를 떠나 피해자들은 당시 겪은 고통을 인권침해 차원에서 사죄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일본측에 진정어린 호응조치를 촉구해왔고, 대신 ‘제3자 변제’라는 결정을 내려서 일본에 공을 넘긴 셈이다.  

일본은 그 공을 넘겨받고도 여전히 굼뜬 대응만 내놓고 있으니 비판여론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쏟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2019년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뚜렷하게 변화된 조치를 한 것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3.3.16./사진=대통령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교청서 일부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국 및 한일관계에 대한 표현은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 아직까지 한 차례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뿐이므로 지난 수년에 걸쳐 나빠진 한일관계가 복원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청서에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이 빠졌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및 한일관계에 대한 표현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에서 ‘0'로 회복됐다. 지난 5년동안 나빠진 것은 일단 회복됐지만 더 좋아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어 “한일관계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에 따른 기시다 총리의 방한 때 남아 있는 일본측의 호응조치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리 외교력이 다시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교청서에 기술된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결과 관련한 내용을 볼 때 일부는 담고 일부는 담지 않고 있다”며 “일본정부는 한일 문제에 대해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의 외교청서에 한국과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진행 중인 이슈에 대해선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처럼 일본정부도 한국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아닌가 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만큼 장기 이슈로 분류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윤석열정부가 일본에 대해 포용정책을 펴기로 했으니 한일·한미일 협력을 심화시켜서 바람직한 결과를 낸다면 여론도 긍정적으로 선회할 것이므로 그런 쪽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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